나만 쳐다보니?
성 탐정는 애잔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너를 아껴서 하는 말인데.. 너의 차가운 태도가 회사 생활하는데 득이 되는 점은 없는 것 같아’
나는 되물었다.
‘정확히 어떤 태도를 말씀하시는 거죠?’
성 탐정는 거의 6개월 전 식사시간에 이식신이 내게 음식을 권했는데 내가 단칼에 거절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모두가 예민한 요즘 1시간 내도록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해대는 이천똥에게 인상을 쓰며 ‘감기 걸렸어요?’라고 마스크 쓰기를 돌려 말한 나의 언행을 꼬집었다.
#1 음식을 단칼에 거절했다
각자의 몫을 시켰음에도 내 옆자리의 이식신은 주위 남자 직원들에게 자기 몫의 음식을 덜어주기 바빴다. ‘이거 더 먹지 않겠어요? 남자들이 그 정도 양 가지고 되겠어요?’
직급도 경력도 그 남자 직원들보다 월등히 높았던 그녀는 마치 그들의 부하직원 또는 엄마처럼 굴었다. 남자 직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이식신의 제안을 거절했고 갈길 잃은 그 음식은 내게 권해졌다. 예의상 웃으며 한 숟가락 정도 덜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직장 내에서 후배 여직원들을 봐서라도 이식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을 하는 이천똥에게 싫은 티를 냈다.
그 사람은 정확히 자기가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그냥 두었다가는 회의시간 내내 내 옆자리에서 침을 튀길 것이 분명했으므로 나는 내가 싫어하는 돌려 말하기 화법으로 마스크 쓰기를 권했다. 맘 같아서는 ‘제발 마스크 좀 쓰세요’라고 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기서 내가 인상을 썼다는 것은 잘못된 점이라 할 수 있으나 마스크를 쓰지 않는 그 보다 나의 태도가 더 잘못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성 탐정님, 제가 그렇게 말했던 건 그렇게 마스크 없이 기침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예요’라고 말하는 내게 그녀는 여전히 애잔한 눈빛을 보냈다.
과연 이것들이 6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나를 따로 회의실에 불러내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였을까. 신입시절 나의 볼펜 굵기까지 지적했던 그녀가 생각이 났다.
‘씨발 내가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지?’ 나는 황당한 분노를 느꼈다.
‘차가운 태도는 회사생활에 득 될 것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따뜻한 태도는 회사생활에 득이 된다’는 것인데 성 탐정은 내가 그 ‘득’이라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성 있는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그것이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궁극적으로는 회사 내 승진이나 주요 업무를 배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을 ‘득’이라 생각만 모양인데 난 그 득을 원한 적이 없다.
성 탐정은 본인 입맛에 맞지 않는 내 태도를 비난하기 위해 내가 원하지도 않는 ‘득’이라는 것을 빌미로 충고를 가장한 협박을 했다.
우리는 오랜 세월 함께 일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으므로 성 탐정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런 그녀가 나의 행동 하나로 나를 평가하고 실망하며 자기 맘대로 결론내고 비난했다. 내 태도가 거슬렸다면 그 당시 내게 말했어야 한다. ‘너 왜 그랬어?’라고
그렇다면 난 위의 설명처럼 구구절절 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녀와 나의 생각이 다른 것일 뿐 내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당신의 행동으로 내가 심히 불쾌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행동이 썩 어른스럽지 못했던 점은 인정한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날 아낀다는 그녀.
그런 사람이 던진 몇 마디 말 때문에 며칠 동안 분노에 휩싸여 글을 끼적거리고 있는 나는 여기서 더 분노하는 일은 멈추기로 한다. 분노는 또 다른 캐캐 묵은 분노를 일으켜 세우고 분노의 대상을 바꿔서 또 다른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며 결국엔 나에게로 그 분노의 화살을 돌려버리기 때문에.
이 분노는 이쯤으로 마무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