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주 청소를 하다.

두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가 되었다.

by 윤비

입주 청소를 했다. 경험상 업체를 신뢰할 수 없고 백수인 주제에 청소까지 돈 주고 맡기는 건 사치라고 떠들어댔지만 더러운 것들을 하나하나 닦아내면서 낯섦과 불안이 끼어들 틈도 없이 몸을 정신없이 피곤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빵을 욱여넣고 채 삼키기도 전에 청소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곳곳에 흩어져있는 짐들을 찾아 분류하고 닦아서 집어넣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예전처럼 필사적으로 얼룩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진 않았다. 바깥 새시의 얼룩처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그대로 놔두었다. 대신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고 밤이 되어 샤워할 때가 돼서야 오른손 손가락이 퉁퉁 부어있고 두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인 걸 알게 되었다.


하루에 정해놓은 목표치가 끝나지 않으면 컴컴한 밤에도 헤드랜턴을 쓰고 계속 청소만 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다른 일들은 전혀 하지 못한다. 온통 거기에만 붙들려 있는 미치광이가 돼버린다.


주방의 작은 창을 청소하다가 방충망이 밖으로 떨어졌다. 천만다행으로 풀숲이 있는 곳으로 떨어져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무릎까지 풍성하게 자란 잡초와 잡목들이 우거진 곳을 미친 여자처럼 헤집고 다녔지만 떨어진 방충망은 찾지 못했다. 집으로 올라와 방충망이 없는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새 커다란 곤충 한 마리가 돌진해 들어왔고 반사적으로 곤충을 향해 냅다 주먹을 날렸다. 그는 헐레벌떡 놀라더니 다시 밖으로 날아갔고 덕분에 좀 웃었다. 그래, 방충망은 새로 달면 되지 뭐.


혼자서 하는 이사와 입주 청소의 어려움은 힘을 써야 할 때 자신이 그럴 만한 힘이 없다는 걸 깨달을 때가 아닌가 싶다. 4M가 넘는 커튼레일은 어떻게든 혼자서 설치할 수 있었지만 지름 1.2M 테이블은 혼자 힘으로 방에서 거실로 빼낼 수가 없었다. 뭐든지 혼자서 잘하고 싶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내 힘으로는 전동드릴을 써도 콘크리트 벽에 나사를 박을 수 없다는 걸.


입주하던 날 결국 엄마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쏟아붓고 부모님 집을 나왔다. 애써 엄마를 향한 감정들을 모른 채하며 청소에만 몰두했지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자리에 누우면 어김없이 엄마가 찾아왔다.


발단은 몇 년 동안 장아찌와 간장에 조린 반찬만은 정말 싫다고 이제는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한 내게 메추리 알 조림과 마늘종 장아찌를 챙겨준 일 때문이었다. 이미 한 달 동안 쌓일 대로 쌓여있던 나는 결국 그깟 메추리 알과 마늘종 장아찌 때문에 터졌다.


엄마는 왜 내가 싫다고 말했던 것들, 그것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반복적으로 말해왔던 것들을 무시하고 본인이 해주고 싶은 일들을 내게 강요하는 걸까. 포기했다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런 엄마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엄마와 있으면 나는 항상 나쁜 사람이 된다. 끝내는 화를 내고 성질을 피워야 듣는 척이라도 해주는 엄마. 언제나 혼자 화를 내고 후회하며 사과했지만,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지만, 도저히 사과의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모른 척했다.


일주일 만에 청소를 끝내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입술이 부르텄다고 했다. 몸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그녀는 입술이 부르튼다. 나 역시 부르튼 입술로 그간의 일상을 전했고 곧 생신이니 밥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엄마는 거절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가까운 관계를 버텨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매번 그들에게 상처만 안기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이혼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못난 마음이 뒤따라왔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우울했다. 침대에 누워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깊숙이 박혀있었다. 그렇지만 하루를 넘기지 않고 일어났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남아 있고 단 한 번도 엄마의 사랑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 다시 일어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일주일 동안 방문 페인트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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