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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Sep 04. 2024

2024년은 9월부터라고요

헬스 시작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괴롭다. 이것은 노력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침에 눈 뜨는 게 힘든 종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애를 쓴 들 아침에 눈 뜨는 게 가뿐한 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이 그런 줄 알면 백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라도 오후에 일어나서 밤과 새벽에 활동하는 루틴으로 바꿔 볼 법도 한데 기를 쓰고 아침에 일어났다. 오후에 일어나면 놈팡이라는 캐캐묵은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한낮 백수의 루틴 따위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한데도.      


이런 일들은 얼마나 허다한가. 그리고 벗어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진정 자신이 원해서 하는 일인지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하는 일인지를 살피지 않으면 너무도 당연하게 타인을 향해 흘러간다.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로 흐를 때가 찾아오겠지.     


아침에 눈 뜨는 게 힘든 종은 이제 본인을 위해 아침에 일어난다. 하지만 어젯밤 빡빡하게 들어선 주택과 빌라 아파트 단지에 하나, 둘씩 켜지는 불빛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마음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함으로 돌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럴 때 타인의 시선은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을 때 이용하면 된다. 9월부터 헬스를 하겠노라고 떠들어 댔지만 8월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헬스장을 알아보고 있지 않던 나. 뱉어놓은 말이 있어 돌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체육센터로 터덜터덜 향했다.      


접수하는 사람이 여기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많다고 넌지시 우려를 표했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이곳은 PT를 받을 수 없었지만, 그것도 무직인 내게는 오히려 잘된 일. 욕심부리지 않고 상주하는 트레이너에게 하루에 하나씩 기구 사용법을 배우자는 목표로 이곳을 등록했다.       


9월 1일 일요일, 무기력한 나를 데리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멋대가리 없는 체육관 옷을 입고 다짜고짜 트레이너에게 돌진하여 인바디를 해보았는데 예상대로 몸 상태는 처참했다. 엄부럭이 아니라 실제로 나의 몸이 70대의 몸 상태라는 게 위안이 됐다. 그래 내가 괜히 힘들다고 한 게 아니었어. 정말 힘든 게 맞았구나. 

     

트레이너는 1시간 넘게 몸소 시범을 보이며 루틴 10가지를 짜 주었다. 우습게 봤던 천국의 계단이 왜 천국의 계단이라 불리는지 계단을 탄 지 10분 만에 알게 되었고 내가 달걀도 못 삶아 먹게 생겼는지 트레이너는 달걀 삶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달걀을 먹을 수 있긴 하죠??’라니!      

 

낑낑대는 나를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는 할아버지들. 좋은 선생님 옆에서 꾸준히 배우면 점점 나아질 거라는 덕담도 들었다.      


한 달 동안은 이 루틴대로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우선은 습관화된 무기력증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과 인바디 점수 향상 폭이 가장 큰사람에게 커피 쿠폰 쏘기 내기에서 이기는 것이 9월의 목표다.   

  

원래 뭐든 혼자 하는 걸 지향했고 인간은 혼자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알게 된 후론 더욱더 혼자서 잘 해내야 한다고 그게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밑가락에 변함은 없지만 이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은 기꺼이 받으려고 한다. 이혼하고 체육관 등록을 한 지금까지 혼자서 해왔다고 생각한 일들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섞여 있었다는 걸 그 마음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경험했고 지금에야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위로가 되고 싶다. 지금이 어스름하게 해가 떨어지고 있을 때라서 이런 말랑한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질척한 무기력함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렇다 할지라도 매번 밤이 찾아오는 때에 말랑해지기를 멈추진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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