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 한 알, 차곡차곡
요즘 나의 주식 자산 현황을 보면 하핫하하핫 웃음이 난다. 실성한 것이다. 퇴직금을 몽땅 주식에 투자했다가 다 말아먹었다는 K의 아버지가 곧 밀어닥칠 내 미래 같다. 그때 난 아이고 아버지 참 무모하시네 했는데 이제 그의 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 뭐든 이해하게 되는 일은 좋은 것이지. 하핫하하핫.혹여나 코스피 2300선이 오면 물을 타고 당분간 주식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더니 K가 들어 본 거짓말 중에 제일 참신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래. 뭐든 칭찬을 받는 것은 좋은 것이지. 하핫하하핫.
백수는 오늘도 손석구 꿈을 실패하고 곧바로 자전거를 1시간 탔다. 이번 주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온다. 비가 올 때 밖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백수의 특권을 누린다 생각하니 그렇게 싫었던 비도 좋아진다. 가만히 앉아서 비가 덜 오면 아쉬워하고 비가 내리치면 기뻐한다.
햇빛이 드는 날엔 베란다로 나가 햇빛을 쬔다. 그러면 외출한 기분이 난다. 창가에 서서 옥상에서 뒷걸음 운동하는 아저씨를 보면서 혹여나 넘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회사 마당에서 길고양이랑 열심히 놀아주는 여자를 부러워한다. 베란다에 철퍼덕 대자로 누워서 흘러가는 구름을 가만히 쳐다본다. 구름은 그냥 잔잔히 흘러갈 때도 있고 요동치며 흩뿌리듯 흘러가기도 한다. 나도 같이 둥둥둥 떠다닌다.
우연히 우리가 처음 함께 살았던 아파트를 가보았다. 짐을 옮겨주고 가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훌쩍거리며 짜장면을 먹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수없이 많이 다퉜다. 그날도 어김없이 대판 하고 뛰쳐나갔는데 갈 곳이 없어 차 안에 숨어있던 나를 남편과 남편의 친구가 찾아냈다. N이 웃음을 머금고 차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집 나간 와이프를 자기 친구랑 찾는 남편이 내 남편이다.
그 집에서 남편과 생애 첫 만두도 빚었다. 그건 예상치 못했던 중노동이었고 만두는 심지어 맛이 더럽게 없었다. 그 뒤로 우리는 만두를 먹을 때마다 역시 만두는 사 먹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내가 또 만두를 빚었다. 남편이 그 이유를 정확히 맞췄다. 나는 심심하면 나갈 생각 대신 만두를 빚는 여자다.
만두소는 생각보다 짭짤하게 간을 해야 맛이 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빚었다. 만두 50개를 빚으니 하루가 끝나 있다. 퇴근한 남편과 함께 만두를 구워 먹었다. 남편은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고 말했다. 몇 년 전보다 만두를 잘 만들게 되었으니 어쨌든 나는 한 단계 성장했다고 믿고 싶어 진다.
나에 대한 생각을 질리도록 많이 한다. 내 감정을 시도 때도 없이 챙긴다. 내 몸이 팔자 좋게 빈둥거리는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내 머릿속은 잔잔할 때도 요동칠 때도 흩뿌리듯 흘러갈 때도 있다. 어떻게든 그것들을 쓸모 있게 하고 싶어서 그때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백수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