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성인이 된 이후 자립을 해야 하니, '어떤것이 필요할까',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줘야 할까' 하고 고민했을까? 답은 물론 아니겠지.
그런데 요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돌봄이나, 가족지원 등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과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운영하는 곳의 직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3년 사이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또 떠나가고 했지만. 성인이 된 이들과 함께 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대학생활을 하고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며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다. 책상 정리하는법, 설겆이 하는법, 수박 자르는 법(집에서는 칼을 한 번도 안써봤다고), 화장실 청소하는 법, 결근 안하기... 성실하게 출근하기 도 잔소리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발달장애아이들의 자립을 고민하고, 이들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자립이라는 것은 똑같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구나. 결국 상황이 어떻든 간에 어릴 때부터 경험을 하고 해 보고 익혀야 하는 기술들은 장애나 비장애나 똑같다는 것. 누구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자립따위는 그냥 단어로 존재할 뿐이다.
둘, 더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에게'자립'이 정말 중요한가? 이다.
'돌봄'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다 보니 인간은 지극히 태어날때부터 너무나 나약해서 누구의 돌봄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자립' 준비 따위에 목숨걸지 말아야겠다. '자립'이 아니고 건강한 의존이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건강하게 의존하는 법을 익히고, 배워야 하는것이다. 그러기에 발달장애인이기에 자립이 필수 조건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불편하다.
발달장애청소년이나, 이제 성인이 된 이들 모두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미숙하며 경험을 하면 할 수록, 연습을 할 수록 점점 더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같다.
모두 성장해 나가는 과정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들은 잘 성장하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어른으로 가고 있는 과정 그 안에 있다. 누구나 거쳐가는 그 길 한가운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