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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빛푸를은 Sep 14. 2021

노란 봄, 4월


가시리.


혹시 노란 봄이 갑자기 사라질까하여 급히 다녀왔다.

며칠 동안 황사가 숨이 막힐정도더니,

오늘은 갑자기 시계가 거꾸로 도는것 같이 쌀쌀해졌다.


한밤중에 밖에 나가니 어느 추운 겨울날 걷던 밤의 기억이 고스란히 돌아온다. 요즘들어 게을러져 아침운동도 잊고  늦잠자는 둘째가 만 걸음이 아직 안되었다며 잠도 안자고 짜증이길래 나가서 아파트 몇바퀴 돌아 숙제를 끝냈다. 저 집착은 언제까지 갈런지. 


유채꽃은 매년 씨를 뿌리는 것일까?

그냥 나는 것일까?

궁금해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궁금증으로만 남겨두었다. 


올 해도 혹시 작년 처럼 유채 꽃 밭을 갈아엎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주말이 아니라서 꽤 느긋하게 꽃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오면 좋겠다 "


했더니 


"아이들은 이제 꽃 안좋아해 "


라고 말했다. 



작년에도 그랬다. 


"도대체 여긴 왜 온거야?" 


아이들이 꽃을 좋아할 만한 나이가 되면 


그 애들도 아이들 한 둘 낳아서 손잡고 구경 올때 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늙는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가끔 거울을 볼 때면 


내가 언제 이런 모습이 되었나? 

아마 내 기억 속에서 나의 모습은 30대의 어느 순간 일지도. 


거울을 봐도 매번 같은 그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옛날 사진 속의 나를 보면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악! 그 때보다 매번 더 나나지진 않는다. 

항상 늘 지금 이 순간이 맘에 안든다고 생각을 하고 사는데 

미래의 어느 날 오늘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것이다. 


'이때가 나았잖아???'



노란색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봄날이었으면 좋겠는데 

황사도 반갑지 않고, 갑자기 바람불고 추워진 날씨는 확실히 누군가가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꽃들이 예쁜 것에 질투라도 하는 듯 

심술을 심술을. 








내가 그냥은 못 넘겨주지. 

겨울이 가면서 꽉 움쳐 쥐었던 대지를 

쪼매난 예쁜이들, 사랑받는 그들에 넘겨주면서 

그냥은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

기어이 갑작스런 추위에 한번쯤은 파르르 떨어보라고 

하는듯 그렇게.




이번 비가 지나고나면 

푸덕지근한 여름 가까이 갈거라고는 하는데 

지금 바람으로써는 도저히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오늘 막내 점퍼를 사려고 했는데 


남편이 한 말이다. 

이번주 주말 내내 비가 오고, 

주말이 끝나면 더워지지 않을까? 




그럴까? 

봄은 그렇게

깊어지기도 전에 끝날까? 


이제 벚꽃도 다 떨어지고. 

남은건 유채꽃. 




아, 좀 있으면 

귤꽃이 막 피겠구나. 

어딜 가나 퍼져오는 귤 꽃 향기. 

그러면 한껏 들뜬 5월이 되겠네. 




이제 닿은 4월은 

한없이 가라 앉는다. 

매년 4월을 지날때면 

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

특히 제주는 더 그렇다 

모두의 뼈 속에 새겨진 

제주의 아픈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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