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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빛푸를은 Jan 24. 2022

새벽 전화

새벽 4시

삡삐피 삡삐피

남편의 전화벨이 울렸을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새벽 정적을 깨는 침묵. 나즈막히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뭔가 차분하고도, 각오를 하는듯한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려고 한대"

육지에 계신 어머님께 당장 갈 길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이라고는 그저, '정말일까'하는 약간의 의심과 곧 상을 치룰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의 준비를 히는정도였다.

약 30분  후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방금 세상에 내렸던 한 생명의 빛이 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참 동안  소식을 듣고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슬픔에 빠지기 보다는 무언가를 해야 할 일을 하나 하나 체크 하는 일을 하나씩  생각하고 해결했다. 먼저 짐을싸고, 아이들 학교에 연락하는일. 애들 학원, 치료실. 주말에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대책 마련.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치우고, 며칠 집에 오지 않을것을 대비해서 쓰레기를 버리고,  물고기를 챙겼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감정은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소식을 듣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울음을 터뜨렸던 막내 아들의 소리에 숨이 트였다. 그 아이의 거침없이 내뱉는 울음소리에 우리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둘다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한 동안 잊고 있었으면서도,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방법을 깨달은듯.


여기까지 쓰고 

4개월이 지났다. 

육지에 가서 장례를 치르고,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세상에 존재하는 것. 없는것.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각 나는데 

이젠 전할길고, 만날길도 없다고 깨달을 때 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고, 또 오랫동안 깨닫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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