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빛푸를은 May 07. 2022

이해하는데 25년

옛날에 엄마가 뭘 떨어뜨리면 '왜 저럴까. 조심하지!"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핀잔했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런다. 나는 뭘 자꾸 떨어뜨리거나, 걸려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멍든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잘못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부주의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렇데 되었다. 순간 손에 힘이 빠지거나, 자고 일어나면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질때가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런거구나.

어제는 둘째가 어린이날 기념으로 받은 케이크를 실온에 그냥 놔둔채로 하루가 지난 것을 아이들에게 주려다 보니 케익이 형편없이 힘이 없어서 상자를 까서 내용물만 잠깐 냉장고에 넣어놨었다. 잠시후 케이크를 꺼내려고 한 순간 미끄러져 케익을 엎고 말았다. 그 순간에 아이들의 사촌 동생들이 우리집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나는 그들에게 케이크를 꺼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케이크를 떨어트린 순간, 그들이 부서진 케이크를 절대 이해할리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 망가진 케이크는 험한 모양새로 식탁에 올랐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둘째만 간간히 조금씩 뜯어 먹을 뿐이었다. 

아. 이제 내가 그 나이구나. 다만 다른것이 있다면 엄마가 그 나이일때는 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이다. 내가 결혼을 늦게 한 탓이다. 

어쨋든 엄마에게 이제사 미안하다니..... 

그걸 이해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25년이나 걸렸다. 

나란 인간이 어찌 이리 못나고 찌질한지.

어버이날이 다가오는데 나는 아직도 엄마한테 김치나 얻어먹는 걱정시키는 딸이다.

가끔은 통화 내용을 녹음한다. 

어느날 문득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는 날이 올지는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서툰 협동조합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