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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빛푸를은 May 07. 2022

서툰 협동조합 2

협동조합을 만들고 벌써 3년차가 되었다. 

처음에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했을때 많은 사람들이 말렸었다. 

그 말을 그냥 든는둥 마는둥 했다. 나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던 것 보다, 아직 잘 모르는데 사람들의 그렇다는 말만 듣고 해보지 않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다음해, 1명이 내가 생각했던 조합은 이런 모습이 아니라며 떠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합원 중에 1명과 보이지 않은 다툼이 있었다. 일종의 세력다툼 것이라 할까.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두 조합원은 만날 때마다 의견이 대립되었고, 둘 중 하나가 포기를 하거나 생각을 고쳐 먹어야할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의견이 안맞는다기 보다는 감정 다툼이 더 많았다. 다른 조합원들도 마찬가지 였다. 누가 옳다, 누가 이겨야 한다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 결국 한쪽은 정리되고 한쪽은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조합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문제였다. 

2년차에 지원사업을 아주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강사비 수입도 꽤 되었고, 덕분에 다들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그중의 대부분을 조합의 공간 비용(월세)를 위해 조합으로 환원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강사비가 없으므로 일한 부분의 몇 퍼센트를 조합에 환원하고 인건비가 지급되었다. 우리가 삐걱 거리던 부분은 디자인 인건비가 아니라, 제품의 가격을 정하는 것에서였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인정 받기를 바랐다. 운영진은 시장에 나갈 경우 진정 팔릴 가격인지 검증을 해야 했다. 가격이 맞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시장 가격을 못 맞출 상품이면 계획조차 하지 말아야 했고 검증 과정에서 단가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면 만들지 말아야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원사업에서 나름 여유로운 자금이 있었고, 무모하게 이럴때 만들어보지 언제 만들어 보냐면서 도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낸 지금은 그때의 무모함이 무슨뜻이었는지, 왜 잘못되었는지 알게되었다. 

지금은 3년차다. 벌써 3년차라는 말이든다. 2년 차에는 지원사업에 거의 목숨을 걸어 재정적으로는 풍족했으나 조합원들의 에너지는 다 소진되었다. 결국 작년 겨울을 지나면서 대표는 더이상 힘들고 지쳐서 못하겠다며 사임을 했고, 4명의 조합원만 남게되었다. 이를 지속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우리에게는 지원사업의 마무리 작업이 있었다. 지원사업의 마무리 작업은 1월을 넘어 2월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해가 바뀌었고, 사업을 마무리 한 후에는 한동안 보지 말자면서 만나기를 거부했다. 모든게 정지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날 조합원중 1명에게 큰 일이 생겼다. 도저히 조합에서 뭔가 하지 못할 만큼의 타격이 큰 사건이었다. 대표가 바뀌고, 3년차 협동조합을 어찌 보낼 것인가 고민할 새도 없이 충격은 컷다. 

그래서 지금. 지금은 5월이다. 어느 정도 상처는 치유되고 있는 과정이지만 올해는 지원사업의 비중을 많이 줄였다. 작년에 삽질을 많이 한덕에 바우처 기관으로 선정되어 인건비의 어느정도는 해결이 된 상태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되었기에, 청년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직원이 생기면서는 또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할 지 몰라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뭔가 하나도 잘 못해내고 있는 협동조합이라니. 아직도 서툴고 갈길은 멀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속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살얼음판 같은 협동조합의 길을 가고 있는가? 다시 공부하고,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원사업 말고, 수익성이 유지되는 사업을 진행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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