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소 뜨거운 시작일지도

12시 35분, 따뜻한 아메리카노

by 신지원

점심시간에는 이따금 찾아오는 단체 손님들이 있다.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찾아오는 직장인 무리다. 이들은 이 주변에 있는 카페들을 돌아가면서 방문한다. 나의 경험상 직장인들을 단골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일 똑같은 곳으로 출퇴근하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카페와 디저트만큼 위로가 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카페도 개업 초반만 하더라도 점심시간엔 직장인들이 우르르 찾아와 만석이 된 적도 있었지만 삼일천하로 끝이 났다. 그래서 우리 카페에서 직장인 단골손님은 정말 귀하다. 오후 12시 35분. 귀한 단골손님이 이제 곧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올 시간이다. 늘 단정한 무채색의 옷차림이고 목소리가 낮고 조용한 여자 손님이다. 매주 목요일에 항상 비슷한 시간에 방문해서 15분 정도 창가에 앉아 있다가 간다. 오늘은 장맛비가 내린다. 요란한 빗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에 다들 흠칫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비가 와서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창 밖에 멀리서 고개를 숙이고 무채색의 옷차림과 대비되는 화사한 꽃무늬 우산을 쓰고 누군가 걸어온다. 그 손님이다.

“안녕하세요!”

손님이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자마자 커피 잔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주문서를 확인하고 에스프레소를 뽑으려다가,

“어? 오늘은 라테 드시네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모르는 척해야 했는데… 친한 척하거나 챙겨주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급히 입을 다물고 라테를 준비한다. 나도 비 오는 날에는 라테를 더 선호한다. 뱃속부터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

스팀 한 우유를 에스프레소에 천천히 부드럽게 부어 그림을 얹는다. 빠르게 물결치며 흘러가는 우유 끝을 따라가면 어느새 하트가 완성된다.

커피를 내어드리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창밖을 내다보는 뒷모습이 괜스레 신경 쓰인다. 턱을 괴고 가만히 생각하기도 하고 큰 한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도 들린다. 뒷모습으로는 표정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마음속 감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무언가 큰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평소처럼 멍 때리고 쉬는 모습과는 다르다. 손님은 다 마신 커피잔을 카운터로 돌려주고는 감사인사를 하며 카페를 나섰다. 고민에 대한 결정은 잘 내렸을까? 부디 본인에게 가장 이로운 결정이기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