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다소 뜨거운 시작일지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by 신지원

쉴세 없이 에어컨이 돌아가던 한가한 오후였다. 얼음이 반쯤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노래를 바꾸다가 실수로 캐럴을 틀었다. 아무도 없는 한 여름 카페 안에서는 캐럴이 울려 퍼졌다.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과 대비되는 한 겨울 종소리가 웃기게 들렸다. 피식 웃음이 났다.

‘아휴, 더운데 한 곡만 듣지 뭐.’

노래를 들으며 지난 크리스마스들을 떠올랐다.

나는 크리스마스 장식하는 걸 꽤 좋아한다. 카페를 운영하기 전에도 집에 자그마한 트리에 장식도 달고 불도 켜고 다 했다. 막상 공적인 장소가 생기니까 설레면서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첫 번째 카페의 트리 장식을 해냈다. 카운터에 서서 내가 직접 장식한 트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엔 종종 오던 단골손님이 트리를 보곤 한 마디 툭 던졌다.

“아유 무슨 트리가 이렇게 소박해.”

“하하, 첫 번째 크리스마스니까요.

점점 늘려가야죠.”

웃으며 넘겼지만 마음이 좋진 않았다. 꽃 시장에 가서 직접 산 트리를 낑낑거리며 들고 온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예쁜 오너먼트들을 보며 살까 말까 머릿속으로 얼마나 고민했던가? 그렇게 꽤 큰 지출을 하고 정성스럽게 꾸민 트리가 갑자기 그 한마디로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 왠지 그 트리가 나처럼 느껴져서 서글펐다. 그래서였을까? 일부로 카페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트리를 옮겼다. 그때 다짐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매년 업그레이드될 거라고.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루돌프 머리띠도 할까 했지만 조용한 우리 손님들이 보자마자 뜨악하고 도망갈까 봐 사두기만 하고 참았다. 우리 카페의 트리는 11월 말 늦어도 12월 1일 전에는 설치를 마친다. 그렇게 한 달 내내 트리 불을 켜두고 12월 25일 마감시간이 되면 과감하게 트리를 치운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 장식만큼 청승맞은 게 없다.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도 12월 26일이 되기 전에 모두 다 치운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마스는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간에 비해 여운이 너무 짧다. 이제 구석에 한껏 구겨져있는 트리는 다시 11월이 오면 기지개를 펴고 예쁘게 피어나 화려한 조명을 뽐내며 매장 앞 유리를 차지하겠지?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한낮의 태양빛이 트리 조명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