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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Dec 01. 2018

하늘을 날아다니는 쓰레기들

영화 <그래비티>는 평화로운 우주 공간이 긴박한 재난의 현장으로 바뀌면서 시작한다. 위성 폭발에서 비롯된 파편들이 우주 공간에서 임무 수행 중인 주인공들을 습격한다.

나는 그 장면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왜 하필이면 파편들이 정확히 주인공이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갈까. 그 넓고 넓은 우주 공간에서 말이다. 그저 영화적 상상의 산물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하늘 위의 기계들이 망가지거나 수명이 다해서 실제로 위험천만한 덫으로 돌변하고 있다. 이 덫이라는 단어는 그저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 파괴된 기계는 덫이 되어 주변의 또 다른 기계를 파괴한다. 그뿐만 아니라 횟수를 거듭할수록 덫의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 다를 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사람들이 밀집한 광장에서 퍼져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하늘 위의 인공위성들은 사람들이 대처할 겨를도 없이 모두 파괴되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자. 구름 너머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수많은 기계들이 오가고 있다. 내비게이션에서부터 일기 예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한 조각 한 조각이 이 기계들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매달려있다. 만약 미래의 어느 시기에 이 끈들이 모두 끊어져 내린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들은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닷속에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더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한다는 경고도 들린다. 이처럼 인류가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는 편리함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낭비했을 때는 도리어 인류를 가두는 덫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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