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고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승건의 서재 Nov 03. 2021

탄 음식이 정말로 암을 일으킬까?

고기를 구우면 가장자리가 어느 정도는 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걸 그냥 먹자니 영 찜찜하다. 탄 음식이 암을 일으킨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를 구운 뒤 반드시 탄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탄 음식이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그리고 정말 먹기만 하면 바로 암에 걸릴 정도로 위험한 것일까. 오늘은 탄 음식이 암을 일으키는 것이 정말인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 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탄 음식에 신경 쓰느라 놓치고 있는 더 큰 위험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자. 


탄 음식에 발암물질? 아크릴아마이드와 벤조피렌. 


음식이 불에 탄다는 건 격렬한 화학반응이다. 그리고 그 결과 원래 없던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게 된다. 문제는 그중에 발암물질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발암물질은 인체의 DNA 복제와 전사 과정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음식이 불에 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암물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와 벤조피렌(Benzopyrene)이다. 


아크릴아마이드? 


아크릴아마이드는 고기에 뜨거운 열을 가해 조리할 때 발생한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먼저, 고기를 태울 때만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고기를 불에 굽는 것만으로도 아크릴아마이드가 발생하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아크릴아마이드가 고기를 구울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크릴아마이드는 탄수화물에 열을 가할 때도 생겨난다. 예컨대 커피나 감자튀김에서도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된다. 달리 말하면, 구운 고기에서 탄 부분을 잘라낸다고 해서 아크릴아마이드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 


사실 아크릴아마이드가 정말 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성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일련의 동물 실험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이때 동물실험의 대상으로 쓰인 쥐에 투여되어 암을 일으킨 아크릴아마이드의 양이 과도하게 많았다. 사람으로 치면 꽁치 2톤 정도에서 생성되는 분량의 아크릴아마이드를 투여했더니 암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서 섭취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언제든 새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UN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크릴아마이드를 2A군 발암물질, 즉 발암 가능성이 추정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벤조피렌? 


벤조피렌은 고기를 직화구이로 조리하거나 태울 때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벤조피렌은 탄 음식뿐 아니라 디젤 매연이나 담배 연기에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성이 추정되는 수준인 것에 반해, 벤조피렌은 IARC 1군 발암물질, 즉 발암성이 확정된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벤조피렌, 탄 음식보다 주의할 것? 


사실 음식을 통해 섭취된 벤조피렌은 위에서 위산에 녹고 소장에서는 효소에 의해 대부분 분해된다. 그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은 그 내벽을 이루고 있는 세포가 수시로 떨어져 나가면서 새로운 세포로 재생된다. 이러한 과정은 설사 발암물질이 유입되어도 실제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낮춰준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음식으로 섭취된 벤조피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게 바로 연기를 통한 노출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연기에는 다량의 벤조피렌이 들어있다. 그런데 폐포의 세포들은 소화기관만큼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알고 보면 고기의 탄 부분 못지않게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연기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기를 구울 때 될 수 있으면 태우지 않는 게 좋다. 고기가 탈 때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타버린 고기를 단지 탄 부분만 잘라낸다고 해서 발암물질을 피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분히 심리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탄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발암물질을 피하고자 한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불에 직접 굽는 것보다는 삶거나 찌는 등 조금 더 건강한 조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탄 음식에 포함된 발암물질 못지않게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기를 구울 때는 반드시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


이 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행하는 네이버 포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실제 발행 내용은 매체 자체의 편집 방향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외과 의사이자 블로거로 활동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 의료, 의학 칼럼의 기고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본 브런치의 제안하기나 여기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 중독의 진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