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탈진실 시대에 퍼지는 가짜뉴스와 개소리(bullshit)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볼은 영국의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로서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위키리크스』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저자는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화자가 진실을 대하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거짓말은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자각과 이에 대한 의식적인 부정이 필요한 것이지만,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내뱉는 허구의 담론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분야를 넘나드는 탁월한 분석을 통해 개소리가 어떻게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려놓고 세상을 조종하는지 폭로한다.
개소리가 진실보다 강력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개소리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겨냥해 그것이 명백한 개소리일지라도 사실로 믿고 싶게끔 만든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유권자들은 그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지지했는데, 그 이유는 트럼프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반영하고 강화해주기 때문이었다. 개소리는 이렇게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여 진실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개소리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한다. 요점만 말하면, 저자는 개소리가 돈과 표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각자가 일상에서 참고할 지침들도 소개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가 믿는 담론을 내가 믿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실천하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임스 볼의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평소 가짜뉴스와 탈진실 시대라는 주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 미디어와 언론 생태계에 대해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 세상을 조종하는 각종 이념과 개소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