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쓴 소설로, 미국 현대 소설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다. 홀든 콜필드라는 사춘기 소년이 공부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끝에 방학을 며칠 앞두고 기숙학교인 펜시 고등학교에서 쫓겨난 뒤 3일 동안 뉴욕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샐린저는 주인공 홀든의 시선을 통해 위선적이고 타락한 어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나는 요즘 소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그러면서 어떤 자리를 맡는다는 것, 그것이 실은 멍청이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주변에서 대접을 해주니 처음에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가도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결국에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도 한 가지만큼은 잊지 않고 싶다. 존경이란 일종의 거래라는 것을. 말하자면, 어린 친구들이 호밀밭을 헤매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전에 손을 잡아주면 그 친구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줄 만하다고 생각하면 주는 게 존경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존경받으려는 건 도둑 심보라는 것을. 하긴, 그걸 진심으로 이해할 정도라면 애초에 타인의 존경 같은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만.
흔히들 『호밀밭의 파수꾼』을 공감과 위로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다. 지난 시절을 큰 탈 없이 지나온 나 스스로에 대한 감사함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이제 고개를 돌려 그 시절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을 또 다른 아이들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