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승건의 서재 Jun 16. 2023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는 바다를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다의 끊임없는 흐름에서 삶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바다가 주는 위로와 영감을 통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책은 바다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저자는 바다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한편, 바다가 주는 교훈과 지혜를 함께 전한다. 바다는 우리에게 영원함, 변화,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또한, 바다는 우리에게 삶의 흐름에 순응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를 희망하는 마음을 갖도록 격려한다.


책을 읽으며 요즘 부쩍 자기주장이 세진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를 생각했다. 반에 누구누구는 스마트폰이 있다면서 자기도 갖고 싶다고 떼를 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중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잖다고는 하던데. 하지만 내 딸은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서 손바닥에 놓인 화면 대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결코 녹록지 않은 세상에 대한 우려도 깊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오르내리는 묻지마 폭력, 마약 중독, 교통사고 같은 험악한 소식들. 부디 내 딸은 이러한 소란들로부터 멀찍이 거리를 둔 삶을 살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고 하던데, 부디 내 딸은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살아온 삶 정도만 되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러다가 문득, 오래전 나의 부모님도 나를 보고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내가 지금 나의 딸에게 느끼는 염려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터다.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항상 비실비실하던 나를 바라보며 그들은 어떤 희망적인 미래를 그릴 수나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그들은 다른 부모들이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들에게 기대했음 직한 것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나를 통해서 자신들이 훌륭한 부모라는 걸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단 한순간도 나의 부모님을 위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감을 느낀 적이 없었고, 그들 또한 단 한 번도 나에게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난 단 한 번도 부모님의 노력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인 적이 없었다. 그 덕분에 내가 나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머릿속을 맴돌던 딸아이를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비로소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우리 삶은 우려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기대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마치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바다처럼. 『모든 삶은 흐른다』는 바다라는 은유를 통해 우리 의지의 한계를 깨닫고 마음을 비움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준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b%aa%a8%eb%93%a0-%ec%82%b6%ec%9d%80-%ed%9d%90%eb%a5%b8%eb%8b%a4/ 

 신승건의 서재

매거진의 이전글 호밀밭의 파수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