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1942년 발표된 소설로, 실존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카뮈 본인은 자신의 사상이 실존주의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했는데, 이는 그의 부조리에 대한 견해가 다른 실존주의 철학자, 특히 장 폴 사르트르의 그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조리란 실제 세상과 사람들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차이를 말한다. 그리고 이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 카뮈 철학의 핵심이다.
세상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데도 우리는 세상일에는 그럴만한 이유와 의미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예컨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병원에 입원해서 지낼 일이 많았는데, 그때 나 자신과 나와 같은 처지로 입원해 있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그리고 이 아이들이 대체 무슨 죄가 있기에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구름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던지곤 했다. 술·담배를 하지도 않았고 몸을 함부로 굴리지도 않았는데 왜 어른도 감당하기 버거운 질병이란 '형벌'을 감내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것은 내가 유년 시절 온몸으로 격렬하게 부딪쳤던 부조리였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어린 아이들이 병에 걸리는 그 세상 자체가 부조리가 아니라,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대상으로 여기는 내 가치관과 현실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부조리이다. 형벌이 아닌데 '형벌'이라고 생각하니 부조리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는 부당함, 분노…. 즉 감정으로 이어진다. 바꾸어 말해서, 세상이 마땅히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그러한 믿음이 좌절되었을 때 이어지는 감정도 생기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재판 중에도 무심할 수 있던 이유는, 그저 자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감각으로 인식했을 뿐, 윤리적 기준이나 종교적 신념 등의 잣대로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기대한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일이 어떻게 흘러가건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겪지 않았고, 그 결과 남들과 달리 부조리를 느끼지 않는 '이방인'으로 남았다.
소설 말미에 이르러 부조리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보여주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 나온다. 사형을 앞두고 주인공 뫼르소는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비로소 행복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 즉 타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의미 부여 없이도 스스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카뮈는 부조리 그 자체는 비극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으로 말미암아 삶을 이어갈 힘 이른바 ‘저항’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선천성 심장병.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누군가 겪고 있을 가난, 장애, 실패. 그것은 그 자체로 달리 해석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각자가 이를 부조리하게 여길 때 비로소 삶을 역동적으로 일구어 가게 하는 힘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