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 독일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경험을 담은 자전적 수기이다. 저자는 강제 수용소에 끌려간 시점부터 나치 독일의 항복 후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며 얻게 된 통찰을 기록했다.
저자 자신을 포함하여 당시 강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었다. 헤어진 가족은 생사조차 알 길이 없고,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는 다음 날 시신이 되어 수레에 실려 나갔다. 그다음 차례가 자신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이 시기에 저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때로는 그 차이가 생존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삶을 내려놓고 결국 죽음에 이르지만 또 누군가는 절망적인 현실에 굴하지 않고 버텨나가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깨달음을 전한다. 저자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저자는 강제 수용소에서도 기꺼이 고통을 감내해 가며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킨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만큼은 그 어떤 외부의 위협과 시련도 빼앗을 수 없는 궁극의 자유라고 말한다.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국내 번역본의 제목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제목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의 번역을 따른 것인데, 빅터 프랭클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 중요한 부분이 생략되었다. 원본인 독일어판 제목은 『…Trotzdem Ja Zum Leben Sagen: Ein Psychologe erlebt das Konzentrationslager』로, 한국어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예”라고 대답하라: 한 심리학자가 수용소를 경험하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 제목에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잃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결국에는 극복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다.
한편, ‘의미에 대한 인간의 탐색’이라는 뜻의 영어 번역본 제목 『Man’s Search for Meaning: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는 저자의 강제 수용소 경험이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토대가 되었다는 걸 나타내고 있다. 로고테라피는 의미(Logos) 치료(Therapy)라고도 하는데, ‘삶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그 바탕에 놓여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알프레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서 세 번째로 등장한 정신요법 학파라는 뜻으로 제3학파로 불리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문득 나의 힘들었던 과거들이 떠올랐다. 대학원 시절, 스타트업 창업 과정, 레지던트 수련까지.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용서란 걸 알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서 자세히 열거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숱한 좌절의 순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것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나의 부모님, 동생, 아내 그리고 딸이었다.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에 따르면, 가족이 바로 내 삶의 의미인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지금 이 순간 인생에서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시야에서 자신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영감을 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기력에 빠져있는 독자들에게도 그간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삶의 목표를 다시 되새기고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아무쪼록 지금 뜻하지 않게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귀중한 조언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아직 세상에서 하지 못한 일이 있음을 잊지 말자.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다.” 훗날 언젠가,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a3%bd%ec%9d%8c%ec%9d%98-%ec%88%98%ec%9a%a9%ec%86%8c%ec%97%90%ec%84%9c/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