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는 말은 단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생각 자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는 '메타버스'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개념 내지는 경험을 막연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구축된 가상의 공간 속에서 또 다른 존재로서 살아가는 환상적인 경험. 이미 많은 이들이 게임을 통해 접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메타의 오큘러스 2 같은 최신 VR 기기를 사용해 보았다면 좀 더 현실감 있는 가상 현실을 체험해 보았을 수도 있겠다.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는가'이다.
『메타버스 모든 것의 혁명』을 읽게 된 계기는 '무엇이 메타버스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분야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좋은 입문서를 하나 읽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였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검색을 해보았고, 그때마다 유독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중에는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책을 소개하는 경우도 섞여 있었겠지만, 온라인 서점에 남겨진 독자들의 구입 후기도 나쁘지 않았다. 일단 관심 도서 목록에 넣어두고, 다음 단계로 이 책의 저자에 관해 알아보았다.
저자 매튜 볼은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8년 자신의 블로그에 메타버스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을 올렸는데 이 글들이 널리 회자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2021년 8월 28일,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회사의 미래를 메타버스에서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21년 10월 29일 매튜 볼은 마크 저커버그와 메타버스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고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157만 명에게 전해진다. 이때 마크 저커버그와 나누었던 한 시간 분량의 대화는 이후 저자를 소개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의 저자 매튜 볼은 메타버스가 인터넷 기술 업계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여론을 주도했던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이벤트가 그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굳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것도 본인의 능력이라면 능력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메타버스에 대한 통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어쨌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그는 오늘날 메타버스 담론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으로서 나름의 위치를 다지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첫 번째 부분에서는 메타버스란 무엇인지를 논한다. 오늘날 메타버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그것에 관한 확립된 정의는 빈자리로 남아있다. 저자는 메타버스에 담긴 개념의 기원을 찾아 다양한 문학 작품과 연구 자료를 소개하며, 메타버스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메타버스는 실시간 렌더링(합성)된 3D 가상 세계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대규모 확장과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사실상 무한한 수의 사용자가 정체성, 역사, 소유권, 개체, 소통, 결제 등 다양한 데이터의 연속성과 개별적 실재감을 가지고 동시에 영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룬다. 메타버스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제시하고, 현재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메타버스는 기술적 요건이 해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현재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애플, 구글 등 인터넷 기술 대기업들이 메타버스 구축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내지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분에서는 메타버스가 금융, 의료, 교육, 유통, 정부 정책 등 다방면에 걸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전망한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사람들의 소통과 협업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경제와 산업을 창출하는 등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제도적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밝힌다.
메타버스가 시의성 있는 주제이다 보니 서점에도 관련 서적이 넘쳐난다. 그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메타버스 모든 것의 혁명』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선택지이다. 메타버스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책을 한 권쯤 읽어보겠다면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다양한 개념들을 정리하고 머잖아 다가올 조금은 낯선 세상을 준비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b%a9%94%ed%83%80%eb%b2%84%ec%8a%a4-%eb%aa%a8%eb%93%a0-%ea%b2%83%ec%9d%98-%ed%98%81%eb%aa%85/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