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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건강 상담 제작 스토리

by 신승건의 서재

어린 시절, 때로 찾아오는 가슴 통증 앞에서 나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마다 간절했던 것은 언제든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때부터 환자와 의사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연결되는 세상에 대한 꿈이 싹텄다.


의대에 진학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꿈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대학원 과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내가 그려왔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학업을 마치고 직접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른 살에 창업의 길을 택했다.


2010년, 스마트폰 혁명과 함께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모바일 앱을 통해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시장의 반응은 있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달랐다. 생명을 구하는 의료 상담보다는 피부 관리나 미용 상담에 더 큰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임상 경험의 부족이 나의 한계였음을 깨닫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환자들과 직접 만나며 의료의 공공적 가치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평과 지식을 공유하는 블로그를 개설하여 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를 기록해나갔다.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보건소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업무와 함께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콘텐츠 제작에 힘썼다. 그러던 중 세상은 급격히 변화했고, 마침내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로 만들 적절한 시점이 왔다.


내가 개발한 것은 독립적인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도구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롬프트 작성기를 만들었다. 이 도구는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도 필수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며, ChatGPT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답변을 제공하도록 돕는다.


시공간을 넘어 의사를 만나게 하겠다던 꿈이 인공지능과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로 실현되었다. 비록 실제 의사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현실이 가능해진 것이다. 내가 만든 이 작은 연결고리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medichat/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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