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현지 시각으로 1월 20일 정오, 한국 시각으로 오늘 오전 2시였다. 많은 이들이 취임식을 지켜보며 ‘정말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말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있다.
알다시피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상식을 뒤엎는 말과 행동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이민자,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폄하 발언을 비롯해, 허위 사실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과격하고 기묘한 언행 때문에 그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이는 ‘트럼프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마한 것일 뿐 실제로 대통령이 될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낙선을 확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선거기간 내내 결함이 있는 모습이 오히려 트럼프를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지적인 면을 과감히 감추고, 대신 화끈하고 솔직한 모습을 내세운 것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를 두고 언론과 각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반지성주의’의 승리다.
여기서 말하는 반지성주의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천박함’ 또는 ‘대중의 말초적인 욕구에 기회주의적으로 올라타기’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우리가 트럼프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로 그 이미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반지성주의의 뿌리를 살펴보면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일본의 모리모토 안리는 그의 책 <반지성주의 (원제 : 反知性主義 アメリカが生んだ「熱病」の正體 | 모리모토 안리 지음 | 강혜정 옮김 | 세종서적 | 2016년 12월 28일 출간)>에서 반지성주의를 미국이란 나라의 시작부터 이어온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