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도부터 최근 2년간 스타트업 시장이 많이 얼어붙어있다.
2025년 5월, 요즘 업계에서 나오는 뉴스들이라곤
명품 플랫폼 업계 전체가 위기라더라.
어떤 회사가 대금을 정산해주지 못해 제2의 위메프 사태가 걱정된다.
유망하던 스타트업이 회생절차를 준비중이라더라.
이런 암울한 내용들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그나마 최소 백억 단위 이상 투자받은 규모가 있는 회사들의 이야기.
아직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한 조금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하루에도 몇십개씩 소리소문 없이 여정을 중단하고있다.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VC에서 10년 정도 일한 심사역이 얘기하길,
신규 투자가 얼어붙은지 2년. 지금까지는 받아두었던 자금으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올해에는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나올거라 하더라.
19~22년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스타트업 투자가 활황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시장 상황이라는건 참 빠르게 변하는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 투자가 가장 활황이던 2020년에 돈이 떨어져 회사 운영 존폐의 위기에 부딪혔다.
사업계획서만 있어도 5억은 투자 받는다고 얘기하던 시장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부 기관의 투자를 받지 못했다.
회사는 당연히 적자.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선 매달 임금과 운영비로 1억원 이상의 현금 소비가 필요하던 상황.
그 시기에 난 팀원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원래 스타트업이란 적자 나는거다. 투자만 받으면 된다"
그리곤 매달 부족한 현금을 내 개인 돈으로 메꿨다.
처음엔 갖고 있던 자산들을 팔았고. 이후에는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차도 팔고.
짧은 사회 경력 대비 비교적 성공적으로 형성했던 내 자산 20억원이 모두 소진되는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월급을 줄 때는 은행에서 최대 한도까지 신용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 어떤 돈도 융통할 수 없던 상황에서,
오랜기간 투자자로 활동한 한 대표님으로부터 아프다 못해 자괴감이 드는 충고를 들었다.
"위선자처럼 회사를 운영하지 말고, 제대로 현실을 보고 살아남으려 노력해라. 좋은 사람인척 직원들한테 좋다고만 얘기하는거? 그게 사람들을 위하는거냐? 그렇게 해서 회사 망하면 자기 시간과 인생 쏟아부은 사람들한테 좋은거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노력해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모든걸 해라. 대표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니가 하고 있는 행동은 침몰하고 있는 배의 선장이 아무것도 안하면서 무작정 괜찮다고 말하는. 무책임한 위선자의 모습이다"
이 상황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은 아래와 같았다.
대표가 상황 안좋다고 말하는건 실패선언 아니냐
가격은 무조건 경쟁사대비 낮아야만 한다
성장하려면 마케팅비를 써야만 한다
복지를 어떻게 없애냐. 너무 없어보인다
사람을 어떻게 자르냐, 그건 나쁜회사다
차라리 자를지언정 임금을 어떻게 삭감하냐
그리고 이 대표님과의 미팅 이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대표가 상황 안좋다고 말하는건 실패선언 아니냐
- 상황이 좋지 않다면 좋지 않은대로 솔직하고 투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가격은 무조건 경쟁사대비 낮아야만 한다
- 가격은 최고가가 되더라도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이 50% 이상 남는 수준으로 설정한다. 그래야 고정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성장하려면 마케팅비를 써야만 한다
- 모든 마케팅비용 전액 삭감한다. 마케팅비용을 쓰지 않고 고객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에겐 돈이 없다
복지를 어떻게 없애냐. 너무 없어보인다
- 당장 생존이 문제인데 무슨 간식이랑 택시비냐. 일단 살아남을 때까지 밥값 지원도 없다
사람을 어떻게 자르냐, 그건 나쁜회사다
- 생존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 지금 내보내야 퇴직금이라도 줄 수 있다.
차라리 자를지언정 임금을 어떻게 삭감하냐
- 회사가 잘되면 연봉을 올려주는데, 회사가 망할 위기에 못 깎는건 안되는것도 말이 안되지 않냐. 고정비 감소를 위해선 연봉 삭감이 필요하다.
사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감정적으로는 상당히 힘들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온 가치관이 흔들리는 큰 변화였기에.
그리고 이 행동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벌어졌다.
대표가 상황 안좋다고 말하는건 실패선언 아니냐
- 상황이 좋지 않다면 좋지 않은대로 솔직하고 투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 팀원들은 회사가 망해가고 있는데 괜찮다고만 말하는 나를 보는게 답답했다면서.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알아서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무조건 경쟁사대비 낮아야만 한다
- 가격은 최고가가 되더라도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이 50% 이상 남는 수준으로 설정한다. 그래야 고정비 절감을 통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 무료 이벤트, 쿠폰, 모든 혜택을 없애고 업계 최고가를 설정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 이 경험 이후에 고객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되었다. 우리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쓰는 이유가 낮은가격 때문이 아니었다는걸.
성장하려면 마케팅비를 써야만 한다
- 모든 마케팅비용 전액 삭감한다. 마케팅비용을 쓰지 않고 고객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에겐 돈이 없다
==> 신규 고객을 모으는데만 집중하던 마케팅을. 기존 고객 리텐션에 매우 많은 집중을 기울였고. 월간 집행 비용보다 회수되는 이익이 더 큰 레퍼럴 이벤트를 진행했다. 리텐션율은 올라갔고 신규 고객 증가속도는 다소 줄어들었다. 고객이 한 번만 사용해도 이익이 남는 구조를 만들었다.
복지를 어떻게 없애냐. 너무 없어보인다
- 당장 생존이 문제인데 무슨 간식이랑 택시비냐. 일단 살아남을 때까지 밥값 지원도 없다
==> 팀원분들은 비용을 철저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동참해주었고. 내가 말하지 않은 인쇄비 같은 부수비용들까지 먼저 나서서 절약했다.
사람을 어떻게 자르냐, 그건 나쁜회사다
- 생존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 지금 내보내야 퇴직금이라도 줄 수 있다.
==> 팀의 목표와 업무 밀도에 동참하고 있지 않던. 편한 직장 정도로만 여기며 근태도 제대로 지키지 않던 직원들을 내보냈다. 열심히 일하고 있던 팀원들은 이 조치를 오히려 환영했다.
차라리 자를지언정 임금을 어떻게 삭감하냐
- 회사가 잘되면 연봉을 올려주는데, 회사가 망할 위기에 못 깎는건 안되는것도 말이 안되지 않냐. 고정비 감소를 위해선 연봉 삭감이 필요하다.
==> 회사 총 임금의 30%를 삭감했다. 임원진은 50%. 팀원들은 0~20% 수준. 단 한 분을 제외한 모든 분이 동의해주었다. 임금을 삭감한 분들께는 임금 삭감분의 몇배수에 해당하는 주식으로 보상했다. 그리고 난 팀원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 날부터 1년 넘게 급여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가격, 비용, 구조조정 실행 후 바로 다음달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위기 해결에 스스로 동참하고, 불필요한 사람들을 내보냈더니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서로를 믿는 팀이 되었다.
어느덧 이 일이 있은지 4년이 지났다.
지난 4개년도간 우린 지속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해왔고.
그 때에 비하면 매출은 10배, 인원은 5배가 늘었고, 외감대상 법인이 되었다.
아직도 외부 투자는 받은 적이 없다.
무엇보다 소중한 건,
이 시기를 함께 뚫고 지나온 팀원들 전원이 아직까지 함께 하며 각 영역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고 계신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떻게 버텼나 싶은 기억인데.
그냥 이때의 나와 지금 비슷한 상황의 대표님들께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때 마지막 월급을 주기 위해 받았던 신용대출은.
이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도 상환하지 않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불교 구절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성공에 이르렀던 사람이 실패를 맞이하는 이유는 마음이 교만해진 까닭이요,
한 번 실패했다고 다시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마음이 교만한 까닭이다"
다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과정 자체가 인생에 의미가 있는 시간들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