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
11년 전 난 신입사원으로 어느 대기업에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올해 새로운 1년차가 시작된다.
새로운 1년이니까. 그냥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삼아 적어본다.
1. 일을 하는것에 대하여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자영업이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맡은 일이 있다.
일은 투입한 시간이 아니라 결과물로 측정된다.
사람은 그 결과물에 기반하여 월급같은 보상을 수령한다.
요즘 문화인식에서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는거 아니냐, 추가 수당 줄 것도 아니면서 하는 인식이 많다.
야근을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일의 목표에 대해서 생각하자.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적합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내가 학생이라 가정하면 성적은 일의 결과물이고, 학교에 있는 시간은 근무시간이다.
성적은 1년 내내 5등급 그대로인데, 성실하게 다녔다고 SKY에서 입학시켜주는가?
2. 일의 결과물에 대하여
일의 결과물은 영업 같은 숫자가 찍히는 일이 아닌 이상 그때 그때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한 가지 평가의 기준은 있다.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나’가 아니라 ‘상대방’이 한다는 것.
이때 상대방은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다.
팀 내에서라면 동료나 상사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내가 잘 했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의 기준에 미달된다면 그건 내 회사, 팀,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족한 것이다.
부족한점은 인지하고 개선하면 된다.
그게 성장이다.
‘내 기준’을 고수하며 남탓을 하지 말자.
내가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라고 주장해도 5등급 성적표로는 서울대에 들어갈 수 없다.
정말 가끔 잘해도 시기질투같은 이유로 남을 헐뜯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오너가 아니라서 그렇다.
주인이면 우리회사 잘되게 해주는데 그걸 싫어할 미친놈이 있을까.
그럴때는 속앓이 하지말고 더 오너십이 있는 상급자나 주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내가 정말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음에도 좋지 않게 바라본다면 웃으면서 떠나자.
나랑 맞지 않는 곳이거나, 얼마 안가 망할 곳이다.
3. 일의 보상에 대하여
일에는 2가지 보상이 있다. 1) 급여 같은 직접보상 2) 일의 과정에서 체득하는 능력과 경험이라는 간접보상
직접 보상은 명확하다. 돈이다. 이거 하나만 생각하자.
물건을 살 때, 사람은 동일한 상품이라면 어떻게든 저렴하게 구매하려 하고.
내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많은 효용이 있을 때에만 구매를 한다.
이 세상에 500원 짜리 붕어빵을 내년엔 비싸질거니까 굳이 지금 2000원을 주면서 사먹는 사람은 없다.
회사와 직원의 급여계약도 마찬가지다.
월급을 주는 사람은 월급보다 더 많은 직원의 결과물을 기대한다. 당연한거다
내가 회사에서 주는 연봉이 적어 대충 적당히 일하고, 회사에서 기대한 것보다 더 적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다음 연봉 협상에서 회사가 제시하는 일방적인 조건에 합의해야 할 거다.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갈 수도 있고. 미국이라면 즉시해고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내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낸 에이스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연봉협상에서 회사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급여와 보상을 주면서 계속 함께 하려고 할거다.
이때부터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선택권이 생긴다.
아직 연차가 10년 이하라면, 분명 이 과정에서 급여같은 직접 보상보다.
상대방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성장하는 간접보상의 결과물이 장기적으로 훨씬 클 것이다.
간혹 옹졸한 마음으로 에이스에게 가스라이팅하며 이상한 대우를 하는 조직도 있을텐데.
그럴 땐 역시나 웃으면서 떠나자. 이미 난 에이스 아닌가?
경쟁사든 다른 업계든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회사라면 진짜를 알아보고 환영한다.
요즘 저연차에서 제일 찾아보기 힘든게 뛰어난 학벌, 화려한 경력보다 일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 이직 프리미엄까지 받을거다.
4. 대충 마음가짐에 대하여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월급은 단순히 투입한 내 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것이고,
일은 적당히 나 편한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
다만 일을 적당히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일이 재미있을 수 없을까.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싶다.
잘 하고싶다.
혹은 그저 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치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기억들 몇 가지를 돌이켜보자.
대충 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게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
꼭 일이나 공부가 아니라 단순한 게임을 해도 그렇다.
어렵게 손에 넣은 아이템, 사력을 다해 잔머리 써서 이긴 승급전, 정말 힘들게 티케팅 성공한 콘서트 등등.
인간의 마음이 그렇다.
내 노력과 시간과 공이 들어가야 소중하고 재밌게 느낀다.
그런데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은 왜 한 달만 지나도 기억에도 남지 않을 방치형 모바일게임 딸깍처럼 스스로 의미없게 만들고 있는가.
결국엔 사람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드라마에 나오는 천재나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판치는 세상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잘 없다.
천재 아이비리거 임원을 뛰어넘는 에이스 대리? 적어도 한국에선 난 이런사람 본 적 없다.
다만 아이비리그 출신인데 애가 왜 저모양이냐 라는 말 듣는사람은 10명도 넘게 봤다.
(멍청하다는게 아니라, 대부분 ‘내 기준’만 생각하다 산으로 가더라)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99.99%가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별 거 없다.
식당을 갔는데 유독 친절한 직원이 보이면?
기분이 좋고 내가 비슷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면 우리 가게로 데려올까? 하는 생각이 들거다.
에어컨 수리를 불렀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성실하고 깔끔하게 사기도 안치고 정직하게 해준다?
그 사람 번호 저장하고 주변에서 에어컨 얘기 나올때마다 그사람 번호를 추천해줄거다.
대한민국 최고 명의라고 찾아갔는데 돈 안되는 환자라고 시간 아깝다는 티내는 싹퉁바가지라면?
정말 그 사람만 고칠 수 있는 특수희귀병이 아니라면 다시는 그 의사를 찾지 않을거다.
당연히.
대충 적당히 열심히 하는건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 본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 정도를 다 느끼고 판단하고 있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리고 그런, 열심히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집단에서 직접 고생하며 판을 만든,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월급 많이 받는건 둘째치고,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고 가치있다.
당신의 일도 분명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있기에),
당신이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의미가 생기고, 같은 시간을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다들 재밌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