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TAKE, BETTING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약 100만 년간 생존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은 자연 생태계에서 최약체로 분류되며, 무리를 짓고 도구를 사용해 생명을 지켰다.
1만 년 전, 농경의 시작과 함께 인간은 한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때부터 우리는 평지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나무 울타리와 돌담을 쌓으며.
그러나 인류 최초의 정착이 시작되기까지 약 99만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이동하며
인간 생존의 최우선 과제는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피하는 것이었다.
가장 안전한 환경은 동굴이었다.
이미 맹수가 자리를 잡은 곳이 아니라면,
비를 피할 수 있고 포식자의 침입도 쉽지 않은 자연이 제공하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오늘도 내일도, 식량을 찾아 떠돌아야 했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은
위험해 보이는 곳을 피하고, 안전이 확보된 동굴에 오래 머무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류가 비와 맹수 같은 자연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덜 느끼기까지 약 99만 년이 걸렸다.
그 후 1만 년 동안은 국가, 권력, 계급, 전쟁, 질병을 거치며 발전해왔고,
일상에서 생존 자체를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은 고작 100여 년에 불과하다.
99만 9,900년 동안, 매일 생존을 위해 리스크를 회피해야 했던 경험.
그로 인해 인간의 뇌는 위험 회피를 최우선으로 작동하도록 진화해왔다.
지금도 우리의 뇌 구조는 여전히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토바이가 내 쪽으로 달려오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뇌의 편도체는 즉각적으로 위험 신호를 발생시키고,
뇌간에서는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키며 빠른 신체 반응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어, 부딪힐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인지할 겨를도 없다.
그 이전에 뇌는 이미 반응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현재 정보와 상황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동안에도 뇌는 끊임없이 리스크에 대한 경고를 보낸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믿을 수 있나?’ ‘안전한가?’ 등등.
생존을 위해 99만 9,000년 동안 진화해 온 뇌이기에 당연한 반응이다.
어쩌면 진화론적으로 이런 기능이 강한 개체들이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원시시대 동굴 밖, 아직 가보지 못한 언덕 너머에는 이런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높은 확률로 늪지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악어떼에 잡아먹힌다,
낮은 확률로 이삭이 가득한 밀밭을 발견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소심하고 안전하게 행동해야 했다.
니체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도,
괜히 ‘두려움을 깨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인간’을 ‘동굴 밖을 나서는 모습’으로 비유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동굴 밖을 두려워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
지금 당장 집 밖으로 나가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해서 목숨이 위험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언덕 너머로 가보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이나 공무원 같은 리스크 없는 환경을 선호한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안정된 시스템 안에 속하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적고 안전하니까.
전형적인 리스크 회피 전략이다.
반면, 소수가 선택하는 스타트업 창업, 장사, 여행 유튜버 같은 이색적인 도전들은 본능적으로 두렵다.
장기적인 결과는 물론 단기적인 과정조차 상상하기 어렵고,
확정적인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를 ‘가보지 않은 언덕 너머 = RISK’로 자동 판단한다.
하지만 세상은 적자생존처럼 ‘수요와 공급’이라는 가장 큰 원칙 아래 움직인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떨어진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영역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공무원 시험, 대기업 공채 같은 분야가 그렇다.
당연히 공급(지원자)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그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과 보상은 낮은 수준의 시장가격으로 수렴한다.
반면, 리스크가 큰 도전적인 영역은 공급 자체가 적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만 내도 보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공급이 수요보다 적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값 관점에서 보면,
‘100명 안에만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길’과
‘100명 중 1명만 성공할 수 있는 길에서 더 큰 보상을 목표로 하는 길’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개인의 확장성이 엄청나게 커졌다.
예전에는 TV에 나오는 연예인 정도 되어야만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는 SNS 팔로워 10만 명만 되어도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채널들이 쥐고 있던 결정권이 점점 무너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 ‘소수’의 다른 가치가 더 부각되는 방향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게다가 단순 업무들은 이미 AI가 대체를 시작하고 있다.
99만 년 동안 위험을 피해야만 살아남았던 인류는
이제 위험을 ‘기회’로 인식하고 움직여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전처럼 사자에게 잡아먹힐 생명의 위협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아직도 과거 회로에 머물러 있다.
그 불일치를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넘어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