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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상처가 크니? 내 상처가 더 크지...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유, 내가 준 상처가 더 크기 때문이야

by 신수현

어릴 적엔 동생과 자주 싸웠다.

별것 아닌 일로 울고, 삐치고, 때론 며칠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엔 다시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장난도 치고, 웃으며 지냈다.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것이 누군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절, 언니는 늘 말했다.

“형제는 피를 나눈 사이라서 그래. 결국은 돌아오게 되어 있어.”

그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말이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산 문제로 형제들 사이가 멀어졌다.

멀어진 건 거리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말이 오가던 단체 채팅방은 조용해졌고, 생일이나 명절에도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가 되었다.


엄마는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다.

자식들이 우애 있게 지내는 걸 바라시던 분인데, 작년에는 모여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네번에 걸쳐 식사를 따로 해야 했다.

엄마는 “그래도 다 와줘서 고맙다”라고 하셨지만, 형제가 모이지 않는 것에 서운해하셨고, 내년에는 생신상을 이렇게 받는거라면 안먹는다고 했다.


올해는 달랐으면 했다.

엄마 생신이 다가오기 한 달 전부터 기도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다시 함께할 수 있기를, 상처가 조금은 아물기를. 나도 내내 기도하면서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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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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