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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어려운 게 아니고 귀찮은 거야

어려움은 귀찮음의 다른 이름

by 신수현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교실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느 날, 앞자리에 앉은 선생님의 딸이 똑같은 참고서 두 권 중 하나를 내게 건넸다. 그 순간, 내 손에 쥐어진 건 내 인생 첫 ‘진짜 참고서’였다.


그전까지 나는 참고서 없이 공부했다.

형광펜도, 문제집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도 손에 쥔 건 교과서 한 권뿐이었다.

수업 내용을 떠올리며 노트에 적는 게 전부였다.

누군가는 복습하고 문제를 풀었지만, 나는 그저 기억을 더듬어 숙제를 해냈다.

언니는 용돈을 모아 참고서를 샀고, 나중엔 그걸 내게 물려주었다.

그 한 권으로 한 학기를 버텼다. 숙제도 그걸로 하고, 모르는 문제는 참고서에서 찾아가며 풀었다. 그때 공부란 ‘혼자 참고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배우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느린 아이였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렸으며 이해도 더뎠다.

형제들보다 항상 한 박자 늦었다. 언니는 척하면 척이었고, 동생은 눈치도 빠르고 손도 빨랐다. 나는 한참 생각한 뒤에야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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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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