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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시계... 건전지만 갈면 되는 건데...

by 신수현

어릴 적 나는 글을 잘 쓰는 아이도, 책을 즐겨 읽는 아이도 아니었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좀 더 책을 많이 읽고, 백일장에도 자주 나가고, 글쓰기에 재능을 펼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타임머신이 있어도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과거로 돌아가도 나는 미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만약 그 속담이 맞는 것이라면, 나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잘하지도, 뛰어나지도 못해서, 무언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재능이 있어”, “잘될 거야”라고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나는 조금 더 빨리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오히려 나에겐 탄탄한 평지보다 걸림돌이 있었기에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나에게 글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울이고, 멈춰 있었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해주는 시계다.

나의 시계는 한동안 멈춰 있었다.

멈춰져 있는 시계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움직여주기를... 누군가 나의 시계를 고쳐주기를...


이제 나는 그 시계의 본체를 열고, 건전지를 교체하고, 멈춰있던 시곗바늘을 천천히 다시 돌려본다.


누군가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결혼을 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몸과 마음을 바쁘게 하기 위해 일이나 공부에 매달린다.


그렇지만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며 마음을 치유한다.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우울한 마음을 품은 채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컴퓨터, 어플, 핸드폰... 하지만 나는 노트에서 시작한다.
지난 시간을 되짚기에, 노트만 한 것이 없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여백을 보면,
그때 나는 여유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펜을 들 힘조차 없었던 걸까?

글 속에서 힘들었던 나를 발견하고,
또 나에게 말을 건네는 나 자신을 만난다.
“힘내.”
그 한마디는 내가 나에게 던지는 외침이다.


매일 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들,
일상에서 스쳐 가는 자연,
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바람과 비,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서조차 나는 글감을 찾는다.


나는 지금,

아름답고 잊히지 않는 언어를 찾아가는 중이다.


가수는 목소리로 자신을 알리는 것처럼,
나는 글로 나를 알리고 싶다.


어설픈 글일지라도,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 준다면,
그 독자가 하나둘 늘어난다면,
내 노트의 여백도 또 다른 마음들로 채워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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