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이며 마치 독재자처럼 느껴졌다. 이 단어들을 처음 배운 것은 중학교 국어시간이었다. 칠판에 적힌 글자가 선명하게 다가왔고, 선생님은 천천히 그 뜻을 설명해 주셨다.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옳다고 믿는 사람.’
그 문장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진동 치듯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고, 아버지의 말투와 아버지의 행동을 떠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모습과 그 단어가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을 만나고,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고 거칠며 허술한 말투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을 때는 이상하게 강했다.
그들은 실수를 해도 쉽게 징계를 받지 않았다. 반면, 규칙을 잘 지키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며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들의 존재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가벼웠다. 나의 모습처럼 말이다.
나는 오해를 많이 받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했다고 우기는 사람에게 맞설 힘이 없었고, 그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사라면 더욱 내 생각을 전하는 것이 버릇없는 아이처럼 보일까, 부모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핀잔을 들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기록의 흔적 덕분에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런 핑계를 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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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