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간절했고, 나는 느긋했다.

시간이 만들어낸 낯선 풍경들

by 신수현

막을 수 없는 시간의 속도


시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 진부한 문장만큼 세상의 이치를 정확히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가혹하게도, 나이에 따라 세월의 속도는 다르게 흐른다. 정작 본인은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타인의 변화, 특히 가족의 변화를 문득 바라보고 나서야, “아, 나도 같이 나이 들어가는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는 익숙해져 버린 탓일지도...


어릴 적,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마을회관 옆 중로당에 간 기억이 있다. 경로당은 할아버지가, 중년의 남성이 모인곳을 중로당이라 불렀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용돈을 주셨고, 우리는 그 돈으로 과자를 사 먹었다.


아버지는 결코 인색하지 않은 분이셨다. 권위적이라기보다는, 우리를 이해해주셨고 나를 ‘자식’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지 않으셨다. 덧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내 기억 속의 아버지의 모습은 늘 크고 넉넉했다.


어른의 사춘기와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나에게 사춘기가 왔듯, 아버지에게도 '어른의 사춘기' 같은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시기라고 명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족에 대한 불만, 어머니에 대한 쌓인 감정들이 점점 말과 표정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던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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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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