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내가 세운 원칙은 단순하면서도 뜨거웠다. '열정을 다할 것', 그리고 '내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눌 것'. 누군가에게는 꼰대의 오지랖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동료들이 겪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나의 결말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의 뜨거웠던 마음은 상대의 무례함이라는 찬물에 식어버렸고, 나눔의 손길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 핑계와 남 탓이라는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친절이 독이 되어 돌아온 순간들
화성의 어느 세무법인 시절, 그곳엔 고등학생들을 사무실에 견학시키고 노동부에서 교육비를 받는 세무사가 있었다. 수당의 대부분은 세무사가 챙겼고, 실질적인 교육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내게 주어진 보상은 미미했지만, 나는 그 어린 학생들이 이 험난한 사회의 첫발을 잘 내딛길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가르쳐준 대로 하지 않는 것은 다반사였고, 질문보다는 무관심이, 감사보다는 무례함이 앞섰다. '라테는 말이야'라는 말을 금기시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그들은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기 전까지 배워야 한다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듯했다.
결국 세무사와 학생의 갈등으로 끝난 그 일에서, 학생은 해고의 원인을 '나와의 불화'로 돌렸다. 수개월간 쏟은 정성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단절이라는 허망한 결과로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자문했다. "아이들은 원래 다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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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