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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세무사를 만났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더많은 세무사를 알려줄께

by 신수현

나는 강남의 한 세무법인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 또래 과장과 크게 다툰 후, 더는강남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월급을 조금 낮추더라도 조용한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다 경기도 성남의 한 개업 세무사 사무실을 찾게 되었다.

직원은 나와 신입 한 명뿐이었고, 세무사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세무사는 영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루에 100통씩 DM(우편광고)을 보내며 거래처를늘리려 했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매달 우편 비용만 10만 원이 넘었고, 내가 맡은 거래처는 10개도 되지 않았다.

세무사는 사무실에서 혼자 책만 보고 있었고, 나는 할 일이 없어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세무 관련 카페에 가입해 영업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한 사무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50개 거래처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신입 직원과 함께 세무사에게 제안했다.


"우리가 이 거래처를 수임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세무사는 흔쾌히 3개월 치 기장료를 상여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세무사의 영업을 돕기 위해 카페에 글을 올렸다.

"세법 지식이 풍부하지만 영업을 잘하지 못하는 착한 세무사님을 도와주세요."

그 글을 보고 고객들이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무사는 욕심이 생긴 듯했다.

어느 날, 그는 약속했던 인센티브 지급을 돌연 취소했다. 대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건 네가 한 일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한 일이야."

"인센티브를 주면 사업소득으로 신고해야 해."

나는 묻고 싶었다.

"결국, 못 주시겠다는 거죠?"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나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카페에 올린 글을 삭제했다.

그러자 세무사는 나를 불러 크게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해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 나는 실업자가 되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다시 구직을 시작했다.

다행히 한 달 만에 다른 작은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전 세무사는 내가 떠난 후에도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네가 내 이름을 도용해 영업했다."

"네가 패소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다."

"네가 내 고용 장려금을 대신 물어내라."


나는 차마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차례 내용증명이 오갔지만, 결국 세무사가 세 번째 편지를 보내고 난 뒤 나는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겪고 난 후,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내 능력의 100%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80%만 보여주자."


기업은 유능한 직원을 원하지만, 급여를 지급할 때는 형평성을 고려한다.

일 잘하는 직원이나 못하는 직원이나 급여는 비슷하다.


결국, 일을 잘하면 업무량만 늘어날 뿐이다.

나는 더 이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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