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story Aug 11. 2023

첫 백인 친구

처음으로 학교 친구를 만들었다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 사립학교였다. 게다가 도시도 매우 작다 보니 나와 같은 해에 입학했던 신입생들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거나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에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드디어 미국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교는 흔히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복도에는 locker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고 학생들이 입은 옷, 책가방, 걸어 다니는 모습 등 모두 정말 비슷했다. 마치 내가 하이틴 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았다. 

< Netflix 드라마 Sex Education의 한 장면. 미국 고등학교의 복도에 나열되어 있는 Locker를 잘 보여준다. >


하루 스케줄은 이랬다. 

아침 8시에 첫 수업을 시작해서 3개의 수업을 연달아 진행한다. 각 수업마다 쉬는 시간은 약 3~4분 정도이다. 3개의 오전 수업이 끝나고 약 20분의 Break Time 이 주어진다. 이때 학생들은 Cafeteria라는 (학교 식당) 곳에 모여 수다를 떤다. 그리고 다시 2개의 수업이 연달아하고 점심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있다. 그리고 오후엔 2개의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 수업은 끝이 난다. (하루에 총 7개의 수업을 듣는다) 약 3시쯤에 학교는 끝나고 3시부터 4시까지 Tutoring 시간이 주어진다. 자율 학습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때에 대부분 선생님 교실로 찾아가 숙제를 하거나 질문을 한다. 고등학교가 3시에 끝나는 점 도 신기했지만, 마치 대학교처럼 각 수업마다 교실을 이동해야 했다. 각 수업 중간중간 3~4분의 쉬는 시간이 바로 이동 시간인 것이다. 


학기 시작의 첫 수업은 Geometry (기하학) 수업이었다. 내가 앉은자리 앞에 통통하고 귀여운 백인 남학생이 앉아 있었는데 주변에서 그 친구에게 Happy Birthday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앞에 앉은 학생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못하는 영어였지만 용기를 내었다. 


"Today... your birthday?" (오늘 네 생일이야?)

"Yeah it's today." (응 오늘이야) 

"Happy Birthday! um... what's your name?" (생일 축하해! 근데 너 이름이 뭐야?)

"Thank you. I'm Sean. What's yours?" (고마워, 난 Sean이야. 너는?)

"I'm Shin. Nice to meet you" (난 Shin이야. 반가워)


1대 1로 앉아서 아예 몰랐던 학교 친구와 나누었던 첫 대화였다. 마치 벌써 친구가 생긴 것처럼 뿌듯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학교에 떨어져 앞으로 4년 (미국의 고등학교는 4년이며 대신 중학교가 2년이다) 간 지내야 하니 나는 반드시 친구를 많이 만들겠다고 입학 전부터 다짐했었고, 무조건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대화의 시작을 할 수 있는 주제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에 생일축하 한다는 말을 Sean의 뒤에 앉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말했다. 


수업을 돌아다니면서 복도에서, 혹은 같은 수업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리고 Cafeteria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Happy Birthday Sean을 계속했다. 그 친구는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이 하루종일 볼 때마다 생일축하 한다고 하니 귀여웠던 건지, 재미있어했는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다행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대화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학교 친구들이 점점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영어를 못하는 검은 머리라는 이미지인데 대화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점점 내게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이때에 누나가 해준 조언이 생각났다. '학교에 동양인이 없어서 처음엔 애들이 막 관심 가지고 말 걸 거야, 그때 막 대화하려고 하고 노력하면 애들이 친하게 지낼 거고, 단답형으로만 하면 아 얘는 나랑 대화하기 싫구나라고 생각할 거야.' 


누나의 조언을 새겨듣고 나는 설명이 어려워도 최대한 아는 단어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따라다니며 Happy Birthday라고 계속 말을 걸었던 Sean은 결국 학교에서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되었다.




CH.02는 미국 고등학교 생활을 다룹니다. 


이전 글 보기

1. CH.02 칫솔이 준비물? 



CH.01은 고등학교 입학 전 미국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H.01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brunchbook/shinstory-ch1

작가의 이전글 칫솔이 준비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