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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Sep 28. 2023

이상한 자기소개

이상하게 하는 자기소개

첫 수업과 함께 시작된 또 다른 문화충격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고, 학교 내 counselor (학생들을 위한 카운슬러로서 각 학생들의 수업 스케줄을 지정하고 관리하며 대학 입시 등 준비를 함께 해준다)를 통해 내 1학년 수업 스케줄을 받게 되었다. 미국 학교들은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각 수업 강의실로 옮겨 다녀야 했는데 첫날은 수업 강의실로 찾아다니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복도에서 지나다니며 학생들을 붙잡고 'Where is this class?"라고 물어보기를 몇 번이나 했던 것 같다. 


1학년 때에 들었던 수업 중, Geography라는 수업이 있었다. 지리학으로, 세계 지리 및 각 나라별 문화, 세계정세 등에 대한 수업이었다. 강의실에 들어가니 약 25명 정도의 1학년 학생들이 있었다. 수업 시작종이 치고 드디어 학기의 첫 Geography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각자 나와서 본인의 출신을 포함해서 자기소개를 해라'라고 했다. 처음엔 '본인의 출신을 포함해서'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다행히 내가 처음 순서는 아니었어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소개를 먼저 보고 유추할 수 있었다. 


한 명씩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 나는 000 이야. 나는 1/4 스페인 (I'm quarter Spanish)이고 1/4 아일랜드(and quarter Irish)이고 나머지 반은 영국이야' '나는 000 야. 20% 정도? 필리핀인 거 같아 그리고 절반정도 독일일 거야' '난 000 야, 영국 독일 출신 반반일 거야 아마? 사실 잘 몰라'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것이 정말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본인의 출신'이라 함은 Ethnicity (민족)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역사가 짧기에 할아버지 할머니 가 이민자 이시거나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미국으로 이민온 1세대 이기에 어느 민족 출신인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거의 대부분이 이미 혼혈이기에 조부모님의 출신 나라에 따라서 어떻게 혼혈인지 유추할 수 있다.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구나... 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100% 한국인 피를 가진 순혈이야' (웃음 유발을 목적으로 해보았다. 미국에 처음 살기 시작해서 친구가 아무도 없었기에 농담을 통해 친구를 사귀어보려고 했다) 내 소개를 들은 선생님은 진지하게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 국가의 단일민족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농담으로 넘기려 했으나 선생님은 진지하게 여러 부연설명을 하시기 시작했고 내가 의도한 '재미있는 학생'이 아닌 '순혈의 신기한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일부 친구들에게 한동한 순혈 뱀파이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후 미국 문화에 대해 더 알게 되었을 때에, 이민자의 나라여서 그런지 가정 내에서 '어느 민족 출신인지'에 대해 굉장히 스스로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민족성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찾아봐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조금 생소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대한민국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강하고 한민족 문화가 강해서 그런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았다. 나중에 직접 DNA 테스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나는 100% 한국인이 전혀 아니었다. 검사 결과는 Japanese and Korean 47.0% (한국, 일본) Chinese and Vietnamese 29.9% (중국, 베트남) Mongolian 23.1% (몽골)로 한국인의 DNA는 절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CH.02는 미국 고등학교 생활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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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01은 고등학교 입학 전 미국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H.01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brunchbook/shinstory-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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