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에 대한 생각, 거창한 건 아니고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
"사업이 잘 되는 건 대부분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8번의 실패를 딛고 9번째 도전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든 토스 이승건 대표의 말이다.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나이에 사업에 성공해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대판 신데렐라의 등장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 요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 듯 분석한다. 멋지고 잘 짜 맞춰진 성공 요인은 정작 당사자들도 머쓱하게 할 만큼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분석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운'이다. 성공요인에서 운이 빠져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운 좋아서 성공했다고 하면 너무 후져 보이니까.
운은 성공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작년에 출간된 해빙이라는 책은 상위 0.01% 부자들이 운을 불러오기 위해 하는 의식(행동)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이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 꽤 있다.) 참 힘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토록 원하는 성공이 운으로 결정된다니. 그렇다면 성공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개인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운의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가?
수십 년 간 하루 15시간 이상을 연습하고 2시간이 넘지 않게 자는 생활을 견뎌 내며 최고의 위치에 오른 발레리나 강수진 씨는 지루하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하여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야구로 수천억 원을 벌어 들인 추신수, 피겨스케이팅 여왕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성공 뒤에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인고의 세월이 있는 것이다. 멋진 성공담은 사람들을 자극한다. '나도 할 수 있어'하고 따라 해 보지만 여지없이 실패한다. 과연 우리는 그들보다 의지가 약하고 열정이 없고 게을러서 해 낼 수 없는 걸까?
마이클 모부신 교수는 저서 '마이클 모부신 X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에서 성공을 운과 실력의 변수를 통해 수학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는 인생사 대부분은 성패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 운과 실력이 결합한 결과여서 그 원인을 구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하고자 하는 활동이 운과 실력의 스펙트럼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하여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발레나 피겨스케이팅은 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실력에 의해 좌우되는 활동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반면 투자나 사업은 운이 상당 부분 작용하는 영역이다. 운의 영역에서 실력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전략을 썼으니 실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운의 영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통계학에서 사용되는 평균 회귀라는 개념이 중요한 힌트를 줄 수 있다. 평균 회귀는 변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면 표본이 커질수록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한 두 번은 운에 의해서 결과가 바뀔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운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결국 실력만 남게 되는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평균 회귀를 이끌어 낼 만 큼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게임의 확률은 높일 수 있다. 간단한 수학(?)으로 증명해 보자. 편의상 A와 B의 실력은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A가 운을 거머쥘 확률을 10%이다. A가 한 번 시도한다면 A의 성공확률은 10%이다. 그러나 A가 두 번 시도한다면 한 번 이상 성공할 확률을 19%까지 늘어난다.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할 확률은 81%(=0.9X0.9)이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성공할 확률은 19%가 된다. 세 번 시도한다면 성공 확률은 27%까지 올라간다. 같은 논리로 보면 열 번 시도할 때 성공 확률은 65%를 넘어서게 된다. 성공 확률이 무려 65%다. 반면 B가 성공할 확률은 30%라고 가정해 보자. A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두 번 시도 시 B의 성공 확률은 51%다. 산술적으로 A보다 세 배나 운이 좋은 B가 두 번만 시도한다면 열 번 시도한 A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공평한 세상인가!
운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올바로 평가하여 과대망상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로버트 그린은 저서 '인간 본성의 법칙(무려 900 페이지이다.)'에서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사례를 들며 성공이 오롯이 자기 자신의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경계한다. 아이즈너는 물론 재능이 있고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지만 파라마운트(美 영화사)에 합류했을 때 이미 제작 중이었던 '토요일 밤의 열기'와 같은 흥행작을 만났으며 배리 딜러나 제프리 카젠버그와 같은 뛰어난 동료들과 같이 일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뿐이다. 하지만 아이즈너는 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이뤄낸 것으로 믿게 되었다. 결국 본인이 성장시켰다고 믿는 디즈니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논어에는 '혹(惑)'이라는 개념이 있다. 맞다. 40을 불혹의 나이라고 할 때 그 혹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해석이 있다. '죽은 자를 살리려 하고 산 자를 죽이려 하는 것'이 '혹'이라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수능 공부는 게을리하면서 내 운명에 S자가 있나 없나를 점쟁이에게 물어보는 상황이 바로 혹이다. 성공에 있어서의 운도 마찬가지다. 운은 바꿀 수 없다. 다만 다룰 수 있을 뿐이다. "저는 어차피 성공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할 거니까요."라는 이승건 대표의 인터뷰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