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나오되, 질서를 가진 것

by 신성규

예술은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다. 창작은 계획된 실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감정의 분출에 가깝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차올라 더는 머물 수 없을 때, 그 순간 예술은 생성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필연적으로 흘러나오는 감정의 분출 속에도 질서가 있다.

예술은 단순한 폭발이 아니다. 무질서한 파편이 아니라, 비명을 구조화한 언어다. 의식이 닿기 전, 무의식이 이미 선율의 방향을 그리고, 감정이 흐르기 전, 감각이 이미 형식을 배치하고 있다. 즉, 예술은 터져나오되 질서를 가지고 터진다. 혼돈 속에서 가장 정제된 표현이 나오고, 정제된 구조 안에서 가장 깊은 혼돈이 드러난다. 우리는 이것을 ‘형식’이라 부르고, 그 형식은 창작자의 심연을 담는 그릇이 된다.

그래서 예술은 ‘쓴다’기보다 ‘견딘다’는 말이 어울린다. 감정이 밀려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 감정을 스스로 견디며 구조화할 수 있을 때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예술은 터져나오는 감정이면서도, 그 감정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는 구조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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