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시간을 계속 의심하며 살아왔다.
너무 빠르지 않았을까, 너무 멀리 가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직 아무 데도 가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문장들은 그 질문들의 흔적이었다.
사람들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하지만, 나는 시간을 ‘되짚는다’고 느꼈다.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로 꺼내어 만지고, 붙들고, 돌려보고, 때론 버티는 행위.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나에게 사유는 속도에 대한 저항이었다.
모두가 결과를 향해 나아갈 때, 나는 이유를 물었고, 방향을 되물었으며, 멈춤을 선택했다.
세상은 나에게 조급함을 가르쳤지만, 나는 오히려 느리게 존재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 느림 속에서 문장이 생겼고, 그 문장 속에서 나는 내 시간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종종 ‘시간’을 물질처럼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 무게로 누워 있기도 하고, 때론 손끝에서 흘러내리는 유리알 같기도 했다.
시간은 나를 지나간 것이 아니라, 내가 붙들고 해석해낸 존재의 표면이었다.
이 책을 쓰며, 나는 다시 그 표면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사유는 끝나지 않는다.
사유는 언제나 도착하지 못한 곳을 향해 열려 있고,
나는 그 길 위에 여전히 서 있다.
그러니 이 문장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유를 위한 쉼표일 뿐이다.
다시, 시간을 사유한다.
나의 속도로, 나의 언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