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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말은 왜 미학적인가

by 신성규

“우리”라는 말은 아름답다.

그건 단지 복수형 대명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함께함, 포용, 그리고 소속에 대한 은유가 있다.


“나”는 경계다.

그러나 “우리”는 흐름이다.



“우리 집”, “우리 나라”

이 말들은 실제로 내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낯선 사람에게도 “우리”를 쓴다.

그건 소유가 아니라 연결의 언어다.


한국어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 언어 구조는,

개인보다 관계가 먼저 오는 문화적 심성을 드러낸다.


“나”라는 말은 뇌를 수축시키고

자아를 중심에 둔다.

그러나 “우리”라는 말은

자아를 경계 밖으로 데려간다.


나는 혼자지만,

“우리”는 존재의 확장이다.


“우리”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너를 내 일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건 감정적 동의이자

존재론적 초월이다.


예술이 아름다울 때,

그것은 색과 선, 소리와 움직임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이 미학적인 것도,

그 자체로 하나의 조화된 리듬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건 자아의 단절이 아니라,

공존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음악이다.


“우리”는

가장 간결한 사랑의 문장이다.


“우리”는 그 자체로

신뢰, 귀속, 동행,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짧고,

가장 아름다운 연대의 문장이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지 이제 알 것 같다.


“우리”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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