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하는가?

by 신성규

나는 때때로 묻는다.

“나는 진짜 존재하는가?”


세상과의 모든 접촉을 끊고,

문을 닫고, 불을 끄고,

그 누구와도 말하지 않을 때.

그때야 비로소

‘이게 나다’라는 어떤 감각이 밀려온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내 역할도, 태도도, 반응도 필요 없는 그 순간.

나는 고요하게 혼자이고,

그 고요 속에서

어렴풋한 ‘나’의 형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도 나는

언어를 떠올리고,

책의 문장을 생각하고,

어딘가에서 읽었던 개념과 종교, 예술의 흔적을 더듬는다.


나는 정말 ‘혼자’인 걸까?


아니면,

혼자 있는 그 시간조차

세상과의 수많은 흔적들—

학문, 신앙, 상처, 감동, 타인과의 기억—로 짜인

‘다른 이들의 유산’으로 채워진 것일까?


나는 내 생각이 나의 것이라 믿고 싶지만,

어쩌면 나는

내 안에 들어온 모든 타인의 목소리를

부드럽게 편집하고 있는 에디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가?

‘나’란 실체가 있는가,

아니면 그저 ‘경험의 총합’인가?


나는 때때로,

자아는 마치 거울 앞에 놓인 빛 같다고 느낀다.

거울이 없다면 보이지 않지만,

빛은 분명히 존재한다.


타인과의 접촉—그 반사면이 있어야만

나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것.


그렇다면

혼자일 때의 나는

단지 반사를 멈춘 빛일 뿐,

더 ‘진짜’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나는 혼자 있을 때만이

자유롭게 흔들리고, 흘러가고, 무너지고, 부서지고,

다시 나로서 재조립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만이

진짜 ‘나’에게 가까운 무언가를 허락해준다.


아마도 ‘나’란

결코 완성되지 않는 이야기이며,

타인에게 비춰질 때마다

조금씩 다른 페이지가 써지는

변화하는 자화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만의 문장을 계속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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