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일 때 내 눈동자는 살아 있다.
똘망똘망, 세상을 꿰뚫는 듯하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것 같고, 내 눈은 그 모든 연결을 꿰는 실의 끝에 묶여 있는 듯하다.
눈빛이 앞으로 나아간다.
빛을 쏜다.
내 안의 도파민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세상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열려버린다.
그러나 어느 날,
내 눈은 가라앉는다.
울증의 물결은 조용히 다가오지 않는다. 갑자기, 순식간에 나를 덮친다.
그 순간, 내 눈빛은 사라진다.
빛은 꺼지고, 눈동자는 축축하고 무겁고, 초점은 멀어진다.
거울을 보면, 내가 나를 응시하지 않는다.
그곳엔 낯선 내가 앉아 있다.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그림자, 의욕이 아니라 무력만이 남는다.
눈빛은 마음보다 정직하다.
말로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눈빛은 들킨다.
사람들은 내 눈을 보고 말한다.
“요즘 힘들지?”, “눈빛이 예전 같지 않아.”
나는 어색하게 웃지만, 사실 그 말이 무섭다.
들켜버린 것이다. 내가 숨어 있던 마음의 균열이.
조증의 눈, 울증의 눈.
둘 다 나다.
나는 그 극단 사이를 오가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내가 그 파동 속에만 머무르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내 눈빛을 관찰한다.
그 변화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때로는 무표정한 얼굴 뒤에 미세한 떨림을 숨기고,
때로는 쏟아지는 생기를 부드럽게 다스리며 살아간다.
내 눈빛이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눈빛을 지켜보는 내가 나다.
세상이 흐려질 때도, 맑아질 때도,
나는 나를 기록한다.
내 안의 진폭을,
나라는 존재의 깊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