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섹스는 인생을 압축시켜 놓은 것이다.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숨어 있고,
쾌락과 고통이 밀착되어 있으며,
참음과 터짐이 마주 보고 있다.
그 순간은 시간조차 변형된다.
흘러가면서도 멈추고,
가까우면서도 낯설다.
몸은 서로를 침입하지만,
정신은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
삶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날까?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성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은 쾌락이었고,
때로는 우연이었고,
어떤 이들에겐 폭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탄생을 낳았던 그 감정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의 절정이기도 했다.
삶과 죽음은 늘 가까이 있다.
그리고 섹스는, 그 경계 위에서 춤추는 감정이다.
쾌락은 늘 무언가를 파괴한다.
한순간의 절정은,
그 이전의 긴 참음을 요구하고,
그 이후의 낙하를 예고한다.
쾌락은 삶이 잠깐 찢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가장 깊이 연결된 순간에,
동시에 가장 낯설어진다.
섹스는 연결인 동시에 단절이며,
침묵인 동시에 절규다.
왜 인간은 섹스를 그토록 원할까?
단지 본능 때문만은 아니다.
그건 인간에게 남겨진
가장 날것의, 가장 철학적인 체험이기 때문이다.
이성의 가면을 벗고,
심연으로 소통하고,
경계 없이 혼합되며,
완전히 무력한 상태로 돌아간다.
그건 어쩌면,
존재가 ‘자기’라는 감옥을 벗는 드문 순간이다.
섹스는 사랑이 아닐 수도 있고,
사랑은 섹스를 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이 겹쳐지는 순간,
그건 자기초월적인 감정이 된다.
누군가와 하나가 되려는 절망적 시도.
하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간극.
그 안에 인간이 있다.
그건 인간이 가진 유일한 마법 같은 실패다.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비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