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의 공식

by 신성규

e^{i\pi} + 1 = 0


그 식은 아름다웠다.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그것을 사랑할 수 있었다.


이 공식 안에는

모든 세계가 들어 있었다.

삶을 설명할 수 없는 숫자들,

죽음을 상징하는 0,

시작을 의미하는 1,

시간처럼 흘러가는 e,

원처럼 반복되는 π,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i.


그것들은

서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숫자들이었다.

하나는 무한을,

하나는 상상의 세계를,

하나는 영원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줄로,

아무런 억지 없이

하나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사랑도 이와 같다고.

너와 내가 너무 달라도,

언젠가는

하나의 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너는 실수고, 나는 허수여도

삶이 무한급수처럼 엉켜 있어도


어쩌면 우리는

어느 밤의 등식처럼

완벽히 하나가 될 수 있는 존재들.


e, i, π

그 어떤 것도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존재하지만

설명되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다.

그건 보이지 않고,

그건 계산되지 않으며,

그건 이해될 수 없지만,


그건 진실이다.


오일러의 공식은

내게 말해주었다.


진리란

가끔은 단 하나의 문장에서

완성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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