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의 사랑

by 신성규

너를 사랑하는 방식은

어쩐지 낯익었다.


처음엔 새롭다고 믿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건 또 다른 내 안의 옛 감정과 같았다.


넌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의 말투,

너의 침묵,

너를 사랑할 때 내가 느끼는 불안—


어딘가

아주 오래전 기억과 닮아 있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너는 나의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내 안의 프랙탈이었다.


프랙탈은

확대해도,

확대해도,

언제나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


나는 과거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사랑할 때마다

같은 자리에 멍이 들었다.


왜일까.

왜 나는

다른 얼굴 속에서

같은 고통을 반복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타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패턴을 복제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네 안에서 나를 본 건

착각이 아니라,

프랙탈의 기하학이었다.


사랑은 변했다고 믿었지만

아니었다.

모양은 달라졌지만

공식은 같았다.


지금의 너도,

그때의 그녀도,

어릴 적의 그 공백도—


모두

같은 구조의 일부였다.


프랙탈은

끝없이 반복되며

스스로를 확장한다.

사랑도 그랬다.

상처도 그랬다.


그리고

나도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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