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밸런스의 커플을 보고 발칙한 상상

by 신성규

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을 빼앗긴다.

그들은 특별한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커플.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키가 작고 마른 남자,

그 옆에 넙대대한 얼굴과 튼튼한 하체를 가진 여자.

균형 잡힌 커플 이미지에서 한참 벗어난 조합.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나는 생각한다.

저들은 어디서 끌렸을까?

우리의 머릿속에는 ‘잘 어울리는 커플’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남자는 듬직하고, 여자는 가냘프고,

둘의 체형과 분위기는 마치 퍼즐처럼 맞물린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그 이미지에서 조금씩 어긋난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자꾸 서로를 덮으며,

점점 모양을 바꿔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상상한다.

밤이 되면, 그 작은 남자의 손이 그녀의 넓은 등을 감쌀까?

그녀는 그의 좁은 어깨에 몸을 기대려 애쓸까?

삐걱이는 침대, 숨이 겹치지 않는 리듬,

그러나 그 속에서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맞추어가는 사람들.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기술 아닐까.


우리는 늘 ‘조화’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불균형한 조화,

어긋나는 것들의 끈질긴 화해,

그 속에서 태어나는 정서야말로

진짜 인간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느낀다.


완벽하게 맞는 사랑보다,

어디선가 무너지고 뒤틀리며 결국 살아가는 사랑.

그 사랑은 더 낡고, 더 튼튼하고, 더 진짜 같다.


사람들은 묻는다.

저런 사람끼리는 왜 만나지?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이 모르는 끌림은, 당신이 보지 못하는 차원에 있다.

육체의 크기, 얼굴의 대칭, 사회적 이상 따위는

사랑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어쩌면 진짜 사랑은,

상대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버겁고, 안 맞고, 자꾸 틀어지는 사람을

그래도 품고 싶어지는 감정.


그날 내 눈에 들어온 커플은

사랑의 진짜 무게를 말하고 있었다.

그 무게는, 외모가 아니라 붙잡음의 지속성으로부터 오는 것.

언밸런스한 아름다움은, 그 무게를 견디는 사람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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