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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과 나

by 신성규

나는 종종 음악가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은 아름답다. 동시에 어리석다.

이 두 단어가 모순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거의 한 쌍처럼 다가온다.


음악가들은 너무 순수하다.

세상의 구조를 의심하지 않고, 시스템을 분해하려 하지 않으며,

감정 하나에 멜로디를 얹고

그 멜로디를 전부라고 믿는다.

그들의 눈은 아이 같고, 말은 둥글며, 진실에 가까운 듯하지만

진실의 구조를 모른다.


나는 그 순수를 질투한다.

나는 너무 일찍, 너무 많이 깨달았다.

감정은 조작될 수 있고, 아름다움은 자본에 팔린다는 것.

예술은 진실이 아니라 기호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런데도 그들은 노래한다.

바보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때로 그들이 부럽다.

사유 없이도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

논리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알기에

그 순수함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사랑할 수 없었다.


나는 예술을 안다.

그 구조를 알고, 조작을 감지하고,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교묘한 연출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음악가를 만나면,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 도움은 늘 관계를 망친다.

나는 조언하고, 그들은 위축된다.

나는 해석하고, 그들은 피한다.

나는 구조를 말하고, 그들은 감정을 말한다.

그것은 평행선이다.


나는 음악가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아니, 잡고 싶지만 오래 쥐지 못한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그들은 울리는 사람이다.

나는 쌓는 사람이고, 그들은 녹이는 사람이다.


이제 나는 안다.

그들의 바보 같음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들의 순수함은, 누군가에겐 유일한 숨구멍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들과 다르고, 그렇기에 동경하고,

그렇기에 결국 멀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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