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공감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감수성에 가까웠다.
감정을 미세하게 읽어내는 능력.
눈빛 하나, 말끝 하나,
심지어 누군가의 침묵까지도
나는 너무 잘 알아버린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그 고통이 내 살을 파고든다.
단순히 ‘알아준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 사람의 감정이
내 속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쓰라리다.
그래서 나는, 공감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해결책을 준다.
조용히,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슬퍼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울지 않고, 정리한다.
흔들리는 사람 앞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피난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차갑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공감 능력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모른다.
진짜 아픈 사람은
남의 고통을 흉내 내지 않는다는 걸.
진짜 민감한 사람은
남의 감정에 닿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둔다는 걸.
나는 해결해주려는 게 아니다.
사실은 그냥,
살아남으려는 거다.
너의 고통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그 고통이
너무 쉽게 내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듣고 있다.
다만 울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