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배터리 검사를 권유받다

by 신성규

나는 한동안 내 머릿속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지 못했다.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감정은 그 생각을 따라 끊임없이 진동했다.

나는 정말 산만한 사람일까? 아니면 어떤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는 사람일까?


상담실에서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ADHD 항목 점수는 높지만, 중심에는 강박 사고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ADHD는 익숙한 언어였다. 집중이 안 되는 나, 말이 많은 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나.

그게 나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를 지배하던 건 ‘불안’이었다.

정확히는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 그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나,

그리고 확신이 생기기 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였다.


‘나는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이 말을 이렇게 해도 될까?’

‘혹시 무례하게 들리진 않았을까?’

‘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 맞을까?’

나는 끊임없이 확인하고, 의심하고, 다시 확인했다.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머릿속에서만 백 번의 인생을 살았다.


그래서 선생님은 ‘풀배터리 검사’를 권했다.

ADHD일 수도 있고, 강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기에

내 뇌의 전체 지형을 보기 위한 탐사가 필요하다고.


나는 흔들렸다.

내가 나를 몰랐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들은 ‘산만함’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한 광적인 주의 집중,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실수에 대한 병적인 반응이었다.


내가 나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여정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조금 더 뇌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시선으로 다시 묻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나는 단지 산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끝없는 반복과 검토, 확신을 향한 강박적인 손짓을 보내온 사람이다.


진단은 나를 규정하는 이름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창문이 되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생각을 무조건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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