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비만 회고록

by 신성규

일본여행을 떠났을 때, 나는 설렜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새로운 문화와 풍경과,

…그리고 무릎 통증을 맞이했다.


3일 차쯤 되자 나는 알았다.

내가 걷는 게 아니라 짐승처럼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을.

몸은 무겁고, 계단은 경사고, 심장은 나를 욕했다.

나는 내 다리에게 사과했다.


체력이 떨어지면 여행의 감동도 증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지만,

나는 ‘숨이 찰 때 하고 싶은 욕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미녀가 지나간다.

카페에서 외국인이 웃는다.

그러나 나는 내 셀룰라이트와 싸우느라 대화를 못 건다.

이대로 말을 걸면, 숨소리만 너무 섹시해질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에서는 다들 반팔 셔츠에 선글라스 쓰고

파리에서 웃고, 방콕에서 점프하고, 로마에서 미소 짓는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나는 여행보다 체중을 먼저 줄여야 했다.


그리고 매일 밤,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내 배와 이중턱의 존재감을 관찰한다.

파노라마 모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넓었던 거였다.


이건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드는 혁명이다.


나는 다시 세계를 걸을 것이다.

다리 아프지 않고 10km 걷고,

숨 안 차고 미녀에게 “Hi”라고 말하고,

계단 앞에서 “엘리베이터 어딨지…”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8화소비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