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학자들이 자폐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너무 깊게 파고들고,
너무 집요하게 반복하고,
때론 상식과의 연결을 끊은 채
개념과 개념만으로 우주를 만든다.
어떤 철학자는 하나의 개념을 수십 년 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어떤 철학자는 모든 현상을 하나의 시선으로 ‘포맷’한다.
그 사유는 정교하고, 유려하고, 종종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시에, 세속과 단절된 어떤 기이한 공간 안에서만 작동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정신분열증을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적 사유 형식으로 제시한다.
그들의 언어는 전통 철학처럼 축적적이지 않고,
분산되고, 넘치며, 끊임없이 연결선을 재조정한다.
그들은 ‘개념을 파괴하기 위해 개념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고 부수는 일을,
끝없이 반복한다.
그 사유는 자유로우나, 동시에 기이하게 비정상적이다.
나는 그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니라,
뇌가 자기 구조를 해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폐적이라는 단어가 때론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기서의 자폐는 외부 자극보다 내부 체계에 몰두하는 정신의 경향이다.
끊임없는 개념 조작
반복에 가까운 정교한 논리 구조
실재와 무관한 추상적 구조의 정열
자기완결적 체계화
그리고 외부 세계보다, 자신의 개념 안에서 감동받는 자폐성
이건 철학이라는 활동 전체의 정체성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철학자들의 사유를 읽으며,
종종 지성의 아름다운 병을 본다.
나 자신도 어떤 개념에 빠지면,
끝도 없이 그것만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하나를 붙잡고
망상처럼 생각하고, 연결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그런 나를 사랑한다.
이건 고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힘이다.
그러니 결국 철학이란,
조금은 자폐적이며, 조금은 분열적인 사람들만이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놀이인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정신은 철학을 오래 하지 못한다.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으면,
그 추상과 반복의 강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철학자들을 보며 이렇게 느낀다.
이들은 다 약간 미쳤고,
나도 거기에 살짝 발을 담그고 있다.
그리고 그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