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한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조연 인물’의 이야기다.
주인공 가이는 비디오 게임 속 가상 도시에서 은행 직원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을 구성하는 배경 인물, 즉 NPC이다.
그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아침마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 같은 대사를 하고, 은행 강도가 와도 웃으며 일상을 반복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가이는 한 여성을 만나고 그녀에게 끌리며,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의 사고 회로에 질문이 생긴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사는 세상은 무엇인지.”
“왜 나는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그를 변화시킨다.
정해진 스크립트를 벗어나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NPC가 아니다.
자각한 존재,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이보다 20여 년 앞서 1999년에 나온 영화 『매트릭스』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네오는 어느 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짜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파란 약을 먹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평범한 삶을 계속 살 수 있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 삶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한다.
그리고 진실을 본다.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은 사실 기계가 만든 가상 세계였고,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꿈을 꾸며 살아간다.
말 그대로, 시스템 안에 잠든 자들이다.
『프리 가이』와 『매트릭스』는 모두 이렇게 묻는다.
“너는 지금 깨어 있는가, 아니면 시스템의 일부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영화의 주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본질적 질문이다.
우리 삶도 정해진 구조 속에 있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경쟁하고,
자라서는 좋은 대학과 직장을 위해 달리고,
그 다음엔 집, 결혼, 승진, 은퇴…
이 모든 과정은 마치 잘 짜인 스크립트처럼 보인다.
누군가가 짜 놓은 루트를 ‘성공한 인생’이라 부르고,
우리는 그 루트에서 벗어나면 실패자, 낙오자라는 낙인을 받는다.
그래서 질문하지 않는다.
왜 이 길을 가는지,
정말 내가 원한 삶인지,
이게 내 선택이 맞는지,
고민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이때 우리는 프리 가이의 ‘초반 상태’,
매트릭스 속 ‘잠든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다.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기능하는 ‘NPC’가 되는 것이다.
규칙은 우리를 안전하게 해준다.
모두가 빨간불에 멈추고, 출근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상호작용에 있어서 일정한 예절을 지키는 것.
하지만 그 규칙이 너무 강력하면,
우리는 생각 없는 자동기계가 된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질문하지 않고 따르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루틴처럼 반복한다.
그 반복은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우리의 자유를 빼앗고 인간성을 지운다.
이게 바로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적으로 사는 삶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진실을 본 후 고통을 겪는다.
그의 삶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친구도 적도 모두 바뀐다.
『프리 가이』의 가이도 자각 후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그들은 더 이상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행동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진실을 말한다.
현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자각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은 두렵다.
불편함, 외로움, 불확실성
이 모든 것이 깨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대가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삶이다.
『프리 가이』와 『매트릭스』는 판타지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은유이다.
우리는 모두 ‘가이’일 수 있고, ‘네오’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질문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즉 NPC, 잠든 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빨간 약을 선택할 수 있다.
질문하는 것, 의심하는 것, 규칙을 해체하려는 시도
그 모든 것이 깨어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