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숙소를 돌아다니며 사색

by 신성규

우리는 종종 고급 호텔의 침대를 경험한 뒤, “아, 이래서 비싼 게 다르긴 하구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다름’은 언제나 비례하지 않는다.

수십만 원의 호텔과 수백만 원의 호텔 사이의 품질 차이는 오히려 미세하고,

몇만 원대 모텔과 10만 원대 중급 호텔의 침대 차이는 극적으로 느껴진다.

그 이유는 바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즉, 어떤 기준선 이하에서는 품질의 개선이 체감상 급격히 크고, 그 이후부터는 체감 곡선이 완만해진다.


이것은 소비자 경험의 진실이며, 동시에 상품 전략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예컨대, 벤츠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 팬텀 사이의 감성적 차이는 인식의 영역에 머무는 반면,

아반떼와 소나타 사이에는 승차감, 정숙성, 내장재 등 실제 체감되는 차이가 뚜렷하다.

이처럼 소비자는 저가와 중가 사이의 품질 상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가에서 고가로 올라갈수록 인식보다는 상징 자본에 반응한다.


그렇다면, 소자본 창업자는 어디에 위치해야 할까?


소자본 창업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선택은 “싸고 적당한 걸 팔 것인가, 조금 더 좋은 걸 비싸게 팔 것인가”이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실수하는 지점이 있다.

“싼 가격으로 경쟁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착각.

하지만 이는 이미 대형 유통망이 장악한 영역이다.


현명한 전략은 한계효용 극대지점 공략이다.


사람들은 기본적인 품질 이상에서 가장 크게 감탄하고, 그 감탄은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1만 원짜리 베개와 3만 원짜리 베개 사이의 품질 차이는 숙면이라는 체감에서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10만 원과 30만 원짜리 사이에서는 그 차이가 애매해진다.


따라서 1만~5만 원대 제품군 중, 체감 품질을 확실히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소자본 창업의 핵심 전략이다.


소자본 창업자에게 진짜 중요한 건 절대적인 원가 절감이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의 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다음과 같은 전략을 필요로 한다.


소재 하나는 최고로, 나머지는 적절히 절제된 디자인

눈에 띄는 변화 포인트 하나에 집중

브랜드 대신 제품 자체에 첫 감탄을 설계

지출 대비 만족도가 가장 큰 지점을 시장 조사로 파악할 것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기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뇌 속에 품질의 착시를 남기는 일이다.


그래서 진짜 가성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감탄이 일어나는 최소 가격이라는 감각적인 공식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2화천재성과 뇌 구조를 둘러싼 의심과 사유